서울교육청, 돌봄 예산 등 삭감 불구
비리 연루 동구ㆍ숭실학원 등 5곳에
환경시설개선비 21억 지원해 논란
예산 부족으로 내년도 교육복지 사업비ㆍ교직원 인건비 등을 삭감한 서울시교육청이 비리에 연루된 사학 5곳의 환경시설개선에 21억원을 지원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교육청의 솜방망이 처벌과 재정보조가 사학비리를 키운다는 지적이다.
14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가 공개한 ‘서울시교육청의 2015년 예산 분석결과’ 에 따르면 시교육청은 동구ㆍ숭실ㆍ영훈ㆍ청원ㆍ충암학원 등 5개 사학재단이 운영하는 중ㆍ고교에 전기ㆍ소방설비 정비, 창호 및 외벽 개선, 통학로 포장, 방수 공사 등 환경시설개선 명목으로 21억5,157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학원별 지원금액은 ▦동구 9억1,475만원 ▦숭실 4,250만원 ▦영훈 3억3,000만원 ▦청원 1억8,504만원 ▦충암 6억7,928만원이다. 비용은 시교육청이 내년 예산에서 시내 초ㆍ중ㆍ고교 533곳의 노후시설 개보수 목적으로 편성한 1,096억원에서 지원된다.
문제가 된 사학 5곳은 반교육적인 처사로 물의를 빚은 곳이어서 이들에 대한 보조가 적절한 것인지 논란이 되고 있다. 충암학원은 2009년 창호 교체 공사를 한 것처럼 허위 계약서를 작성해 8,000만원을 횡령하는 등 2011년 교육청 특별감사에서 32건의 비리가 적발됐다. 영훈학원은 2012~2013학년도 신입생 선발 과정에서 특정 학생 입학을 위해 지원자 839명의 성적을 조작하고, 신입생 결원시 추가 입학 대가로 학부모 5명에게 총 1억원을 받는 등 31건 비위가 밝혀졌으나 관련자 3명만 정직ㆍ감봉 처분을 받는데 그쳤다. 동구학원은 동구마케팅고 교육청 감사에서 17건의 비리가 적발됐지만 내부고발자인 이 학교 교사를 지난 8월 파면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청원ㆍ숭실 학원도 교비 횡령, 교원 임용 부정, 공사비 지출서류 허위 작성 등의 비위를 저질렀다.
서울 관악구의 한 고교 교사는 “교육청이 비리 사학에 대한 실효성 있는 감독 권한이 없다는 게 반복되는 사학 비리의 원인”이라면서도 “재정지원 축소ㆍ중단 등 교육청 권한으로도 할 수 있는 규제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시교육청 지원이 사학들의 제대로 된 반성을 어렵게 해 비리를 키운다는 것이다.
전교조 서울지부 김한민 사무처장은 “동구학원은 건물 임대를 통해 연간 7억원의 수익을 올리고, 현금 자산도 30억원 가까이 보유하고 있다. 시설환경개선 여력이 있는 비리사학에까지 교육청이 지원하는 게 맞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사립학교법에는 수익형 자산에서 나온 수익의 80%를 학교법인이 운영하는 학교 운영비로 쓰도록 돼 있다.
전교조 서울지부 유성희 대변인은 “비리사학에 대한 시설지원을 중단하고, 수익성 자산으로 자체 시설환경개선을 할 수 있는 사학에 대한 예산 지원 심의절차 역시 강화해야 한다”며 “서울시의회도 이런 사실을 인지하고 예산심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10일 시교육청은 올해보다 저소득층지원에 20억원, 초등돌봄교실 46억, 정원외기간제교사 인건비 175억원 등을 절감한 내년 예산 7조6,901억원을 시의회에 제출했고, 16일 최종 심사를 앞두고 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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