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동계올림픽이 3년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성공적인 개최 방안을 놓고 밤낮없이 고민이 깊으시리라 생각됩니다. 여기에 걱정거리가 또 하나 늘었습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최근 “썰매 종목을 치를 수 있는 해외 경기장 리스트 12곳을 평창 조직위원회에 건네줄 예정”이라고 언급하는 등 노골적으로 분산개최 카드를 꺼내면서 평창은 IOC 개혁안 ‘어젠다 2020’의 첫 시험대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어젠다 2020은 토마스 바흐 IOC위원장이 막대한 재정부담과 환경파괴에 따른 올림픽 위기론을 돌파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분산 개최를 허용하겠다는 개혁안입니다.
물론 최 지사께서는 그간 “장소 변경은 없다”라고 선을 그어왔습니다. 올림픽 개최지 강원도정을 책임진 도백으로서의 자존심이라고 이해됩니다. 그러나 한편으론 ‘왜 평창 올림픽 분산 개최설이 나올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반성이 없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습니다. 지사로서의 기백만 있을 뿐 빚더미 올림픽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합리적 대안은 밝히지 않았다는 거죠.
사실 평창 올림픽 준비과정에서 강원도의 주장이 건설적이었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강원도발(發) 최다 뉴스는 ‘올림픽 반납’이었기 때문입니다. 적자 올림픽을 우려하는 정부의 경기장 축소와 예산삭감 방침에 강원도는 “차라리 대회를 반납하겠다”라는 식의 감정적 대응으로 일관했습니다. 입장을 바꿔놓고 보면, IOC가 몹시 불쾌하게 여기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입니다. 3수 끝에 어렵사리 유치한 올림픽 대회 개최를 불과 3년여 남겨놓고 반납이라니요. 차마 인지상정으로도 못할 말을 거침없이 내뱉은 꼴입니다.
1,152일. 2018년 2월 9일 평창 올림픽 개막까지 남은 날짜입니다. 대회 1년 전에 열리는 테스트 성격의 프레(Pre) 올림픽까지 감안하면 분산 개최안을 솔직하게 받아들이고 인정해야 할 시간입니다.
2011년 유치 당시 평창 올림픽 예산은 9조원이 채 안 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벌써 13조원으로 불어났습니다. 물론 강원도가 온전히 감당해야 하는 몫은 아닙니다. 강원도의 재정자립도는 전국 최하위인 21.6%에 불과합니다. 그래도 강원도가 감당하기엔 만만치 않은 돈 입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6곳의 신설경기장 예산은 무려 7,000억원에 달합니다. 강원도의 희망대로 25%만 부담한다고 해도 1,750억원의 빚을 떠안아야 할 판입니다. 평창 횡계리에 짓기로 한 개ㆍ폐막식장과 이른바 ‘올림픽 프라자’ 건설비용은 별도 입니다. 강원도는 인구 4,000명에 불과한 횡계리에 1,400억원이 넘는 나랏돈을 쏟아 부으라고 윽박지르고 있습니다. 결코 정상적인 요구라고 보이지는 않습니다. 잔치가 끝난 후 개ㆍ폐막식장이 어떻게 관리될지 불을 보듯 뻔합니다. 강원도의 한숨 소리가 벌써부터 들리는 듯 합니다. 누구보다 도의 살림살이를 잘 아시는 최 지사께서 이런 현실을 짐짓 외면하시진 않겠지요.
최 지사께서는 언론인 출신입니다. MBC의 시사고발 프로그램 ‘카메라 출동’의 스타 기자였습니다. 이후 MBC사장과 국회의원을 거쳐 고향 강원도의 도백으로 연임에 성공하셨습니다. 2011년 7월 7일 올림픽 유치 확정 때는 남아공 더반에서 자크 로게 IOC위원장과 공식문서에 서명한 당사자이기도 합니다. 최 지사께서는 기자와 정치인으로서, 그리고 도백으로서 누구보다 화려한 이력을 쌓고 계십니다. 그 중에서도 평창 올림픽을 성공리에 치른다면 보다 더 큰 꿈에 도전할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뉴 호라이즌’(New Horizon). 평창 올림픽 유치 당시 내건 슬로건입니다. 동계스포츠의 새로운 지평을 열겠다는 각오와 다짐이었습니다. 바로 지금이 평창 올림픽의 새로운 지평을 선언할 때입니다. IOC의 분산 개최안을 적극 수용하는 발상의 전환을 기대합니다.
토털사커의 창시자, 리누스 미헬스 감독은 “우승은 어제 내린 눈과 같다”고 했습니다. 지나간 우승에 대한 추억은 빨리 잊고, 새로운 우승을 향해 뛰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과거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평창이 분산 개최라는 올림픽의 신기원 첫 페이지를 장식했으면 합니다.
최형철 스포츠부장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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