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밀유출 혐의 CIA 직원 재판에
뉴욕타임스 기자 증인신청 안할 듯
언론자유가 우선인가, 국가안보가 먼저인가. 미국 법무부가 국가 안보를 이유로 기자의 취재원 공개를 강요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취재원 공개를 둘러싼 해묵은 논란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나온 미 정부 주무부처의 전향적인 입장이라 주목된다.
AP통신은 12일 익명의 취재원을 인용해 “미국 법무부가 기밀유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전 미 중앙정보국(CIA) 직원의 다가오는 공판에서 제임스 라이즌 뉴욕타임스 기자에게 취재원을 밝히라고 강요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사건은 라이즌 기자가 2006년 ‘전쟁 국가’(State of War)를 출판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책에는 빌 클린턴 정부 당시 이란 핵 개발을 저지하려는 CIA의 공작이 구체적으로 담겼다. CIA가 러시아 과학자를 이용해 이란에 엉터리 핵 관련 기술을 팔게 했다는 등 다른 나라 귀에 들어가면 미국 정부가 곤란해질 내용들이었다. 미국 정부는 당장 라이즌에게 정보를 넘긴 내부인 색출에 나섰다. 전 CIA 직원인 제프리 스털링을 지목한 뒤 그를 기소해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스털링의 기밀유출 혐의를 확인해 줄 라이즌 기자는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2010년부터 법정 증언을 끈질기게 요청 받은 라이즌 기자는 당시 지방법원에 “취재원 보호는 언론 자유의 핵심”이라며 증언 거부 신청서를 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항소법원이 지난해 1심 결정을 뒤집었고 대법원이 라이즌 기자의 증언 거부 신청을 각하하면서 사건은 다시 항소법원으로 돌아왔다.
결국 라이즌 기자는 법정 증언을 명령하는 최종 판결이 나면 증언을 거부하고 감옥에 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자 여론을 의식한 에릭 홀더 미 법무부 장관이 “기자가 직무 수행을 이유로 감옥에 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한발 물러나기도 했다. 스털링의 다음 공판은 다음달 12일이다. 연방판사는 법무부에 16일까지 라이즌 기자의 증인 신청 여부를 확정해달라고 요청해 놓은 상태다.
미 법무부는 여러 국가 안보 관련 조사에서 반복적으로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지난해 5월 테러 관련 기밀을 유출한 사람을 찾는다는 명분으로 AP통신의 전화통화 기록을 대거 압수해 비밀리에 조사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AP통신은 미국 본토에 대한 테러 위협이 없다는 당시 미국 정부의 발표를 무색하게 만든 보도를 했다. 알카에다 예멘지부가 오사마 빈 라덴 사살 1년을 기념해 미국행 여객기에 폭탄 테러를 시도했고 CIA가 이를 저지했다는 내용이었다. 미 연방검찰이 북한의 추가 핵 실험 가능성을 보도한 폭스 뉴스 기자의 취재원을 찾기 위해 영장을 발부 받아 이메일을 들여다 본 사실이 확인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일련의 사건들은 사법당국이 언론사로부터 기밀 유출과 관련된 기록을 얻으려면 지금과 같은 방식이 아닌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AP통신은 지적했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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