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김정일 사망 3주기 맞아 박지원 방북해 조화 전달 계획
유엔 총회 18일 北 인권결의안 채택, 19일쯤 안보리도 공식 의제로
2차 고위급 접촉 무산 이후 경색된 남북관계가 또 다시 기로에 섰다. 남북 모두 민감하게 받아들일 만한 정치 이벤트가 이번 주 줄줄이 예정돼 있어 연말과 내년 초 한반도 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대화채널 복원 기대감
일정상 남북관계의 물꼬를 틀 수도, 반대로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는 호재와 악재가 뒤섞여 있는 모습이다. 16일로 추진하고 있는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방북은 호재다. 당국간 대화가 사실상 단절된 상황에서 간접적으로 북한의 의중을 파악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박 의원은 1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3주기를 맞아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의 조화를 전달할 계획이다. 이를 계기로 이 여사의 방북 일정까지 구체화된다면 남북간의 접촉면은 부쩍 넓어질 수 있다.
박 의원은 앞서 8월에도 개성을 찾아 ‘조화(弔花) 정치’에 시동을 걸었다. 당시 김 전 대통령 서거 5주기를 앞두고 북측의 조화를 받아오는 자리에서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등 북측 인사들과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10월 초 북한 권력 2인자 그룹 3인방은 인천을 방문하는 ‘깜짝쇼’를 벌이며 남북관계 개선의 기대감을 높이기도 했다.
유엔 인권결의안에 北 반발 불 보듯
이번 주 유엔에서 북한 인권문제가 연달아 논의되는 점은 남북관계에 부담요인이다. 유엔총회는 18일(현지시간) 대북인권결의안을 채택할 예정이다. 북한의 열악한 인권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는 강도 높은 내용을 담고 있다. 외교 소식통은 14일 “북한은 미국과 한국을 싸잡아 비난하며 망발을 쏟아내겠지만 정부는 개의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 안보리도 19일쯤 북한 인권문제를 공식의제로 다룰 계획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 뻔해 결의안이 통과되지는 않겠지만 사상 첫 안보리 상정 자체만으로도 대북압박 수위는 차원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탈상(脫喪) 계기 김정은의 독자 브랜드는
이처럼 남북관계를 좌우할 긍정적 요인과 부정적 요인이 혼재한 가운데 17일 김정일 사망 3주기를 계기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대남정책에 변화를 꾀할지 관심이다. 김정은 집권 이후 2012년 12월 장거리 로켓 발사, 2013년 2월 3차 핵실험 등 매년 대형 도발을 감행해왔지만 올해는 아직 잠잠한 상태다. 북한은 예년에 비해 동계훈련을 강화하면서도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 악화를 우려해 아직 행동에 나서지는 않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지난달 최룡해 당 비서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올해 군사적 도발은 없을 것’이라고 확약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부는 북한을 대화로 이끌기 위해 유화 메시지를 보내는데 주력하고 있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최근 “이산가족 문제를 풀기 위해 북한에 줄 수 있는 다른 것을 고려해야 한다”며 자세를 한껏 낮췄다. 또한 당초 23일로 예정된 기독교단체의 애기봉 등탑 점등행사가 김포시와 반대측의 저지로 사실상 무산되면서 북측이 조준타격을 위협하며 긴장을 고조시킬 명분도 사라졌다.
다만 남북 어느 쪽도 먼저 손을 내밀지는 못하고 있다. 유엔 인권결의안의 후폭풍을 의식한 탓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내년 초까지 대형 도발은 없겠지만 남북간 관계개선의 뚜렷한 실마리를 잡지 못하고 시간을 끄는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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