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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결합한 금융기술, 모바일 결제 넘어 중국 서민금융 속으로

입력
2014.12.14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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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평균 2조3,000억원 결제

싱글데이엔 10조원까지 처리

소액대출 보험으로도 확장

인터넷 은행사업에도 진출

알리바바마윈 알리바바 그룹 회장.j/2014-12-15(한국일보)
알리바바마윈 알리바바 그룹 회장.j/2014-12-15(한국일보)
알리바바의 금융 전문회사인 개미금융서비스그룹의 로고
알리바바의 금융 전문회사인 개미금융서비스그룹의 로고

중국 베이징 런민대를 졸업하고 지난해부터 난징의 한 직장에서 일하는 딩단야(30ㆍ여)씨. 그의 일과는 중국 모바일 세대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주말을 맞아 친구와 만나기로 한 시내 중심가 신지에코우의 GE백화점으로 가기 위해 콜택시 예약 앱인 '콰이디다처'를 통해 택시를 집 앞까지 불러 탄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스마트폰 간편 결제서비스 알리페이(支付寶ㆍ즈푸바오)로 택시 기사의 QR코드에 입력해 택시비를 낸다. 친구와 함께 백화점 푸드코트에서 식사한 후 식사비는 알리페이를 통해 친구와 반반으로 나눠 결제한다. 백화점에 온 김에 화장품을 산 그가 매장에서 스캔 단말기에 스마트폰을 가져다 대면 결제는 모두 끝. 그뿐만이 아니다. 집으로 돌아온 단야씨는 월말까지 처리해야 할 보험료는 물론 전기세와 수도세 등 공과금 납부까지 스마트폰으로 처리한다. 또 지난해 취직과 동시에 개설한 알리페이의 온라인 투자상품인

위어바오(餘額寶) 펀드앱을 열어 이번 달 수익률을 체크한다.

이처럼 모바일 결제는 중국인들의 일상생활 속으로 빠르게 녹아 들고 있다. 알리페이 모바일 결제는 하루 사용 건이 8,000만 건을 넘어섰다. 전체 결제의 54%로 PC결제를 앞설 정도다. 2014년 6월말까지 최근 1년간 알리페이 총 결제액은 4조8,260억위안(843조원)으로 하루 평균 130억2,670만위안(2조3,000억원)이 알리페이로 결제되고 있는 셈이다.

알리페이가 빠르게 대중화하는 데는 중국적 배경이 있다. 중국의 신용카드 보급률은 8%에 불과한 반면 스마트폰 보급률은 2013년 기준 70%에 달해 모바일 결제가 그만큼 간편하고 손쉽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알리페이 전체 사용자 3억명 중 대다수는 자기가 알리페이를 사용하고 있는지조차 인지하지 못할 만큼 모바일 결제는 생활 일부분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온ㆍ오프 유통의 새 지평을 연 모바일 결제

지난 11월 11일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로 불리는 광군제(光棍節ㆍ싱글데이). 이 기간 티몰(天猫ㆍ톈마오) 등 알리바바 산하 모든 온라인 쇼핑몰은 571억위안(10조3,600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규모의 총 거래량(GMV)을 달성했다. 이 모든 거래는 알리페이를 통해 이뤄졌는데 결제액 중 절반에 가까운 243억위안은 모바일을 통해 거둬들였다. 제3자 보증결제 시스템인 알리페이는 미국의 페이팔같이 개인이 은행계좌나 신용카드를 알리페이 서비스 계정에 등록, 온ㆍ오프라인 거래에서 물건 구매 때 사용하는 전자지갑 서비스이다. 알리바바그룹의 모바일 월간 활성 사용자(MAU)는 2014년 6월말 기준 총 1억8,800만명에 달한다.

알리페이는 알리바바의 금융 관계사인 개미금융서비스그룹의 자회사로 올해 출범 10주년을 맞이했다. 알리페이는 지난 싱글데이 당시 초당 8만 건, 분당 285만 건의 거래를 처리했고 24시간 동안 총 10조원의 거래금액을 처리하면서 한 번의 사고도 없이 트래픽을 모두 소화할 만큼 안정된 결제수단임을 입증했다. 마윈 알리바바그룹 회장은 최근 미국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비자와 마스터카드에 이어 전 세계 3번째로 큰 결제서비스인 알리페이가 이같이 빠른 속도로 중국 국민들의 삶에 스며들 수 있었던 건 간편함과 편리성, 그리고 안전성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자상거래에서 고객의 간편성과 편리성만 추구하다 보면 보안과 안전성에 대한 문제가 야기되기 쉽다. 이른바 ‘ 천송이 코트’로 논란을 빚은 보안프로그램 액티브X에다 비밀번호에 특수기호까지 입력해야 하는 우리나라 상황에선 알리페이의 보안 관리가 궁금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알리페이 인터내셔널의 사브리나 펑 대표는 한국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신뢰와 안전이 자산이라는 금융서비스 철학을 가진 알리페이는 지난 10년간 다섯 단계의 안전방어막 체계를 구축하는 등 온라인상 위험요소를 견고하게 방어하는 완벽성을 기해 왔다”며 “사용자 인증, 개인정보와 계정, 거래보호 등에 이르기까지 단계별로 철저한 대응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1999년 중국 제조기업과 국내외 기업 간 B2B 전자상거래 서비스인 알리바바닷컴을 시작으로 오늘날 알리바바그룹이 중국 온라인 시장의 거대공룡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바로 알리페이가 가장 큰 몫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마윈 알리바바그룹 회장은 알리바바의 뉴욕증시 상장 후 가진 인터뷰에서 “개인 간 C2C(Consumer to Consumer) 전자상거래 서비스인 타오바오(淘寶)닷컴과 알리페이가 알리바바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실질적인 성장 기폭제 역할을 했다”고 말할 정도다.

택시 승객이 모바일 알리페이로 택시의 QR코드를 입력해 택시비를 지불하고 있다. 중국 롄청신문망
택시 승객이 모바일 알리페이로 택시의 QR코드를 입력해 택시비를 지불하고 있다. 중국 롄청신문망
고객이 상점 스캔 단말기에 알리페이 간편 결제를 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가져다 대고 있다. PC온라인닷컴
고객이 상점 스캔 단말기에 알리페이 간편 결제를 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가져다 대고 있다. PC온라인닷컴

특히 알리페이는 알리바바 전자상거래 서비스 운영과 더불어 제품 분실사고가 빈번한 중국 상거래시장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개선하는 해결사 역할을 했다. 펑 대표는 “2004년 12월 타오바오의 온라인 거래에서 전용결제 서비스로 시작했던 알리페이는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의 신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간편 결제 시스템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알리페이는 타오바오의 틀을 벗어나 중국의 온라인 쇼핑이 발전하기 위해서 넘어야 할 근원적인 결제 문제를 해결했을 뿐 아니라 나아가 금융과 IT기술이 결합한 핀테크(파이낸셜 테크놀로지ㆍ금융기술)를 지향하며 간편 결제는 물론 송금과 대출, 투자, 펀딩, 자산관리 등 다양한 금융서비스로 발전시켜 나가는 계기를 제공했다고 평가 받고 있다.

서민과 중소기업을 위한 금융서비스

“중국의 금융업, 특히 은행들은 상위 20% 고객에게만 서비스를 해 왔다. 나는 그 동안 서비스를 받지 못했던 나머지 80%의 서민과 중소기업 고객들을 봤다. 은행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은행을 변화시킬 것이다.” (마윈 2009년 11월 중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알리바바는 지난해 6월 간편결제 시스템인 알리페이를 기반으로 당시엔 아주 생소한 개념의 인터넷 금융상품인 위어바오를 출시했다. 남은 돈이라는 뜻의 ‘위어(餘額ㆍ여액)’가 말해 주듯 위어바오는 고객이 인터넷 소액결제를 위해 알리페이 계좌에 넣어 둔 현금을 굴려서 그 이자를 고객들에게 돌려주는 혁신적인 금융상품. 고객이 적립한 알리페이 계좌의 현금을 온라인으로 위어바오 계좌로 이체하면 이 자금을 자산운용사인 텐훙펀드에 위탁해 그 투자수익을 고객에게 안겨 주는 온라인 머니마켓펀드(MMF) 상품이다.

특히 소비자 신뢰도가 높은 알리바바가 보증하는 위어바오는 MMF의 수시입출금이 가능하고 알리페이의 온라인 결제, 계좌 이체, 신용카드 대금 상환 등의 다목적 기능을 갖춰 편리할 뿐 아니라 은행 예금보다 높은 수익률로 출시와 동시에 큰 인기를 끌었다. 텐훙펀드는 지난해 금융경색으로 중국 금융채 금리가 급등하자 이 자금을 은행채와 국채, 회사채 등에 골고루 투자해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금리 상한선보다 2배나 높은 6%의 수익률을 올렸다. 이는 중국은행의 요구불 예금금리와 비교하면 10배 이상의 수익률이다. 출시 1년 만인 지난 6월 말 기준 가입자 1억여명, 투자금액 5,413억위안(96조2,586억원)을 유치하며 급성장했고 자금이 시중은행 예금계좌에서 위어바오 계좌로 대거 옮겨 타는 상황을 연출했다. 단순히 인터넷 결제를 위해 적립했던 소액현금이 짭짤한 목돈이 돼 돌아오자 서민들은 열광했고, 위어바오는 1년 새 총 자산총액 기준 중국 MMF 순위 3위로 부상했다.

펑 대표는 “위어바오는 최저 가입 한도가 1위안 이상으로 시중은행의 5만위안 이상인 것과 비교할 때 진정한 서민을 위한 금융상품으로 언제든 환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알레페이의 이 같은 혁신적인 시도는 경색된 금융업계에 새로운 시장을 창출했고, 동종업계는 물론 중국 금융시장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키는 데 일조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최근 중국은행들의 견제가 심해지고 위어바오의 수익률이 5% 이하로 떨어지면서 안팎으로 우려의 시각도 높은 상황. 그러나 알리페이는 최근 위어바오 말고도 엔터테인먼트 영화나 게임에 투자하는 위러바오(娛樂寶) 소셜 펀드상품도 출시했다. 이에 대해 펑 대표는 “이 같은 투자상품은 사용자의 자금을 안전하게 보장하는 것을 우선으로 고려하고 있지만 금융과 투자 환경의 변화 등을 고려해 서비스 제공 과정에서 손실가능성 등이 예금과는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민을 위한 알리바바의 금융서비스 노력은 소액 대출과 온라인 보험 사업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2010년에 시작한 알리파이낸스(현 개미신용)는 타오바오와 알리바바닷컴 등에 입점을 원하는 창업 새내기와 중소사업자들의 사업비용을 융자해 주는 소액대출 서비스에 나서고 있다. 개미신용은 자체 서비스 플랫폼을 통해 축적된 거래량과 재구매율, 만족도, 판매자와 구매자 간 대화 이력 등 수집된 '빅 데이터'를 바탕으로 대출심사 대상자의 신용도를 평가해 대출서비스를 하고 있다. 또 온라인 보험회사인 중안자이센 등의 지분 투자를 통해 서민들을 위한 보험서비스를 적극 확대하고 있다.

마윈 회장은 최근 미국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알리바바의 금융서비스에 대한 철학을 이같이 말했다. “만일 구글이 기술의 영역을 개척했다면 알리바바는 기술을 가지고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우리가 하는 작업은 중국사회를 진정한 상업사회로 이끄는 것이고, 서민과 중소기업, 그리고 농민들이 그것으로부터 혜택을 누릴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금융서비스도 그렇다. 알리바바는 서민과 중소기업이 사용할 수 있는 신용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 기득권 세력만이 누리는 중국 금융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켜 새로운 금융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꿈이다.”

사브리나 펑 알리페이 인터내셔널 대표
사브리나 펑 알리페이 인터내셔널 대표

새로운 금융 생태계의 조성

중국 정부로부터 지난 9월 온라인 민영은행 허가를 취득한 알리바바는 10월 마이(?蟻ㆍ개미)금융서비스그룹을 출범시키고 본격적으로 금융 관련 서비스 확대의 발판을 마련했다. 개미금융은 알리페이와 위어바오 등 알리바바의 금융 관련 모든 자회사와 사업부 등을 총괄하는 일종의 금융지주회사.

펑 대표는 “개미라는 명칭을 붙인 것은 중소기업과 서민들을 겨냥한 서비스이기 때문”이라며 “금융서비스라고 명명한 것도 전통적인 금융지주회사가 아닌 서비스 중심의 개방적인 사고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의미로 미래 중국 금융 분야의 혁신과 발전을 이끌겠다는 마윈 회장의 강한 의지에서 나온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개미금융서비스는 오픈 플랫폼 전략을 견지할 것”이라며 “다양한 협력파트너들에게 알리바바가 그 동안 축적해온 빅 데이터와 클라우딩컴퓨팅, 시장거래라는 세 가지 플랫폼을 지속해서 오픈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알리페이가 보유한 고객들의 각종 결제 데이터들이 이미 다가온 옴니채널, O2O(온라인ㆍ오프라인 거래) 시대를 대비한 알리바바의 핵심 자원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 빅 데이터에는 고객들의 주요 지출과 제품ㆍ서비스의 선호도, 신용정보 등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데이터가 포함된다. 여기에 최근 요우커들이 전 세계 시장으로 퍼져 가면서 알리바바는 알리페이의 빅 데이터 분석을 통해 중국과 글로벌 시장의 변화를 누구보다도 신속하고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바로 이 같은 알리바바의 데이터 인프라가 협력 파트너들에 선별적으로 제공되고 이들을 모두 끌어안아 새로운 금융 생태계를 만들어 가겠다는 것이 'IT 금융제국'을 이루려는 알리바바의 야심인 셈이다. 이미 은행과 보험, 자산운용사 등 200여 개의 금융회사가 알리바바의 생태계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금융 협력파트너들은 개미금융서비스가 제공하는 신용정보 등 빅 데이터를 공유해 새로운 금융상품을 설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펑 대표는 “개미금융은 신용체계를 구축하고, 인터넷 시대의 금융 환경을 확장해 사용자들과 함께 ‘신용이 곧 자산’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학만 선임기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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