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건 유출 직후 회수·수사 의뢰 안 해, 오 행정관 조사도 뒤늦게 부랴부랴
현 정권의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을 담은 문건 유출 파문과 관련, 청와대의 부실한 내부 감찰 정황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사건의 실체에 접근할 수록 청와대의 대응이 화를 키웠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청와대가 문서 유출을 최초 인지한 직후의 조치부터 의문 투성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상 청와대는 올해 4월 세계일보의 비위 행정관 원대복귀 보도 이후 문서 유출과 관련한 사안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내부 감찰을 벌여 박관천 경정을 유출자로까지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후 유출된 문서 회수나 검찰 수사 의뢰 등을 취하지 않았다. 박 경정을 비롯해 관련자들에 대한 인사 조치만 취한 채 사건을 흐지부지 마무리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만약 당시 조사가 꼼꼼하게 이뤄졌다면 현재 검찰이 무게를 두고 있는 '박 경정-한모, 최모 경위를 통한 유출' 라인을 사전에 파악해 선제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더구나 청와대는 이번 파문 와중에 추가 감찰을 실시해 박 경정이 청와대에서 들고 나간 문건이 경찰관들을 통해 유출된 정황을 파악했지만 한ㆍ최 경위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는 바람에 더욱 난감한 입장이 됐다.
문건 유출 사실을 청와대에서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오모 행정관에 대한 조사도 석연치 않다.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의 주장처럼 오 행정관이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에게 유출 자료를 전달했다면 당시 정확한 조사를 통해 출처를 밝혔어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하지만 당시 청와대는 오 행정관에 대한 인사발령 외에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가 이번 사건이 터지자 재조사를 실시해 "(출처가) 조 전 비서관이라는 진술을 받았다"고 밝혔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당시에는) 조사하는 데 한계가 있었던 것 같다"고 해명했지만, 1차 조사 자체가 부실했다는 지적을 면키는 어려워 보인다. 여권의 한 인사는 "문서 유출 초기부터 청와대가 제대로 감찰 조사를 했다면 상황이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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