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 1심 뒤집어 마트 측 승소
"전통시장 보호효과 뚜렷지 않고 마트내 입점 중소상인 권익 챔해
맞벌이 등 소비자 선택권도 제한"
중소상인 보호를 위해 마련된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 및 의무휴업’ 제도가 위법하다는 항소심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판결이 확정될 경우 관련 법과 조례 개정을 거쳐 대형마트의 24시간 연중무휴 영업이 가능해진다.
서울고법 행정8부(부장 장석조)는 12일 롯데쇼핑 이마트 홈플러스 등 6개 대형마트가 서울 동대문구청장 및 성동구청장을 상대로 낸 영업시간 제한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한 1심 판결을 깨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이 재판은 ‘골목상권 보호’에 대한 여론이 고조된 2012년 1월 유통산업발전법에 대형마트의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의무휴업을 명하도록 하는 내용의 조항이 신설되면서 시작됐다. 대형마트 측은 즉각 소송을 제기했고, 1심 재판부는 지난해 9월 중소상인들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재판부는 “의무휴업일 지정 등으로 대형마트의 매출과 이익 감소분이 적지 않다”면서도 “중소유통업자나 소상인, 전통시장의 매출을 증대하는 공익적 측면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공익적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소비자 선택권과 처분의 위법적 요소에 집중했다. 재판부는 우선 “영업시간 제한 및 의무휴업일 지정으로 인한 전통시장 보호 효과가 뚜렷하지 않다”며 “대규모 점포에 입점한 임대매장 업주 역시 중소상인이고 오히려 이들의 권익을 침해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판단했다. 또 “맞벌이 부부는 야간이나 주말 아니면 장을 보기 어렵다”며 “소비자 선택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처분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번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국회는 판결 취지에 따라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 관련 조항을 전면 재개정해야 한다. 이후 대형마트의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의무휴일을 강제하는 지자체가 입법부의 법 조항 개정에 따른 세부적인 조례를 수정하게 된다. 조례가 적용되는 시점부터 대형마트는 아무 제한 없이 24시간 연중무휴 영업도 할 수 있다. 고법 관계자는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일 강제와 관련된 조항 전체가 위법하다는 게 판결 취지”라며 “(확정 판결 시) 조항 자체를 삭제하는 과정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영업시간 규제로 인한 매출 감소를 호소해 온 대형마트들은 이번 판결로 숨통을 틀 수 있게 됐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상인들은 반발할 것으로 예상돼 과거 영업시간 제한을 법제화하는 과정에서 빚었던 갈등이 재연될 전망이다.
2012년 12월 국회를 통과한 유통법 개정안은 대형마트와 납품 소상인, 대형마트와 경쟁해야 하는 골목상권 상인들 사이에 첨예한 갈등을 거쳐 영업시간을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제한하고, 일요일과 공휴일을 포함해 월 2회 휴업하는 것으로 절충됐다. 당시 대형마트 측은 “과도한 영업권 침해”라고 강력히 반발하고 납품 상인들도 “생존권을 위협하는 처사”라며 대규모 반대 집회를 열었으며, 반면 ‘중소상인살리기 전국네트워크’ 등 시민단체와 골목상권 상인들은 영업제한 확대를 요구했었다.
대형마트 측은 해당 법 조항에 대해 위헌심판을 제기했으나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12월 “영업시간 제한 등 지방자치단체의 명령에 대해 위헌성을 따지거나 행정소송으로 위법성 여부를 다퉈야 한다”며 각하, 공을 법원으로 넘겼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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