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린ㆍ꼼마 지음
아마존의나비ㆍ248쪽ㆍ1만3,400원
전영관 지음
삼인ㆍ248쪽ㆍ1만3,000원
한 해의 사건사고를 정리하는 글에 세월호란 단어는 오르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것은 2014년 4월의 일이 아니라 지금의 일, 바다에서 시작돼 뭍으로 기어올라 지금도 대한민국 곳곳에서 현재진행 중인 사건이다. 세월호 참사를 기록한 책 ‘멈춰버린 세월’과 ‘슬퍼할 권리’가 나란히 출간됐다.
‘멈춰버린 세월’은 포토 에세이다. 사진가 좌린(주하아린)이 세월호 참사를 포함해 지난해 11월 이후 찍은 집회 사진에 출판업자 꼼마가 글을 붙였다. 자식의 영정사진을 끌어 안은 채 은박지에 싼 김밥을 먹는 아버지, 청와대에 들어가지 못하고 도로에 주저앉은 유가족들, 추모집회에 참여한 시민의 얼굴을 촬영하는 경찰, 그 경찰을 다시 촬영하는 시민의 모습이, 때로는 담담하고 때로는 격렬하게 앵글에 담겼다.
“더 갈 데가 없기에 주저앉았다. 더는 억울하게 만들지 말라는 울음에 대한 대답은 부동의 자세로 벽을 쌓은 어린 경찰들, 아이들은 저만큼도 자라지 못하고 갔다.” “끌려갔다 풀려 나온 사람들이 다시 ‘가만히 있으라’ 피켓을 들고 침묵행진을 이어갈 때, 새누리당 정치인들은 빨간 잠바를 입고 ‘도와주세요’ 피켓을 들었다. 누가 누굴 도와줘야 하는지, 누가 누굴 살렸어야 하는지 알 수 없는 날들이 계속 되었다. (…) 대통령이 책임지라는 구호는 대통령을 구하라는 구호가 되어 돌아왔다.”
사진은 11월 13일 ‘정리해고는 적법했다’는 대법원의 판결을 받은 쌍용차 해고노동자들과 성대하게 개장한 제2롯데월드의 모습으로 끝을 맺는다. 세월호 이후 바뀐 건 무엇일까. “확실히 세월은 멈춰 있었다. 이제 우리가 차츰 잊어주기만 한다면 온전히 덧없는 세월로 침잠할 수 있으리라.”
‘슬퍼할 권리’는 시인이자 수필가인 전영관씨가 4월 17일부터 9월 7일까지 쓴 일기 모음이다. 저자는 “정보에 접근할 기회도 자격도 없다면 천지간에 흥건한 슬픔을 기록하겠다”며 슬픔과 분노와 탄식의 일기를 써내려 갔다. 자식 잃은 부모와 함께 울고, 정부를 향해 닿지 못할 항의를 쏟아내고, 일찍 떠난 아이들에게 말을 건다.
“이 나라 힘깨나 쓴다는 어른들에게는 너희들 비극이 소나기와 같겠지만 부모에게는 펄펄 끓는 쇳물일 거다.” “통증은 면허가 불필요한 모태감정이다. 권리가 있느냐 빈정거린다면 바다에 처넣겠다. 의무냐고 두리번거리면 돌을 던지겠다. 언제까지냐고 묻는다면 당신들 생은 러닝타임이 정해진 영화냐고 되묻겠다.”
감정으로 범벅된 일기를 남기며 저자는 기억을 위한 기록을 강조한다. 물 속에 떨어진 돌멩이가 바닥에 가라앉은 진흙을 한 순간 일으켜 세울 때를 대비해, 더 풍부하고 더 선명한 진흙으로서의 기록을 되도록 많이 축적하자고 부추긴다. “잊히는 게 아니라 가라앉는 거다. 가라앉아도 호명하면 순식간에 전부가 떠오르는 기억일 것이다. 세월호가 우리에게 그렇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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