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갓 출산한 딸을 위해 미역국을 챙겨 나왔다가 길을 잃은 한 치매 할머니의 이야기가 감동을 주었다. 이 따뜻한 일화는 치매라는 병마도 모성애는 막을 수 없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치매 환자와 그 가족 모두가 겪는 아픔을 전하고 있어 모든 이에게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애석하게도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치매 환자와 부양 가족 수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2012년 54만1,000명이었던 65세 이상 치매 환자가 2050년에는 271만명으로 5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기 때문이다.
이렇게 늘고 있는 치매 부양 가족들에게 돌아오는 경제적 부담도 만만치 않다. 2008년 1조7,926억원이었던 치매 건강 보험 진료비는 2013년 3조2,346억원으로 3배가량 증가했다. 연평균 12.5%씩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또한, 가벼운 치매인 경증 환자에 비해 중증 환자의 진료 비용이 2~3배가량 높은데, 2012년의 경우 2008년과 비교해 경증치매의 비율은 낮아진 반면 중등도 및 중증 치매의 비율은 높아졌다. 그만큼 진료비도 함께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치매 간병인 중 60%는 가족이다. 이 중 40%는 배우자이며, 17%는 며느리로 나타났는데, 무엇보다 간병인 중 30%가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통계는 시사하는 바 크다. 치매 간병인이 느끼는 심리적 부담감 역시 매우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복지부는 장기간 간병으로 지친 부양 가족이 연간 최대 6일 간의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단기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치매가족 휴가제’를 지난 7월 도입했다. 간병 가족의 부담을 덜어 주는 것은 비단 한 가정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에서도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이처럼 관리에 부담이 큰 치매는 평소에 관심을 가져 초기에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기 진단 시 약물 치료를 통해 질환의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는 것은 물론 나름의 인지기능을 유지하는 것도 가능하다. 치매 환자는 기억력 및 인지기능에 대한 중추적 역할을 하는 뇌의 중요한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의 뇌 속 농도가 정상인에 비해 줄어 들어 인지기능이 떨어지게 된다.
이에 아세틸콜린의 분해를 억제함으로써 인지기능과 관련된 증상을 개선하는 콜린에스터라제 억제제가 개발돼 세계 각국에서 활발히 처방되고 있다. 이런 약제들은 치매를 조기에 발견하여 치료할 때 최대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치매 조기 진단과 약물 치료를 시행할 경우, 연간 1조3,000억원에서 2조8,000억원의 사회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통계가 있다.
급속한 고령화 흐름에 따라 갈수록 증가하는 치매 환자와 부양 가족의 이야기는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치매 환자와 부양 가족의 부담감을 최소화할 수 있는 조기 진단과 지속적인 약물 치료의 중요성이 대두되는 시점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