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하 오징어 중간에서 싹쓸이
귀하디 귀한 울릉특산 명이나물 흔하다 했더니 중국산 무더기 수입
최근 울릉 연안 피항 중국어선, 심층수취수관 파손·폐기물 투기
울릉도가 중국 때문에 아우성이다. 울릉도 특산 오징어는 중국어선이 북한수역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남하하는 오징어를 싹쓸이하면서 옛말이 되고 있다. 또 다른 특산물인 명이나물도 저가 중국산이 무차별적으로 수입되면서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울릉도 명이절임을 전국 유명 쇠고기 전문 식당 30여 곳에 납품해 온 김진식(50ㆍ울릉군 울릉읍 저동리)씨는 최근 3년 새 거래처가 10분의 1로 줄었다. 식당에선 품질 좋은 울릉도산보다는 저렴한 중국산만 찾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고깃집 식탁의 명이나물이 울릉도 특산이거나 지리산이나 강원 등 육지 고산지대에서 재배한 것으로 알고 있어 야속하기만 하다. 김씨는 “우리는 울릉도 나리분지에서 직접 잎을 따서 만드는데, 납품량이 지난해 4톤에서 올해는 1톤밖에 안 된다”며 “가격도 지난해 1㎏당 2만4,000원에서 올해는 2만원으로 내렸다”고 말했다. 1만원도 되지 않는 중국산 공세 때문이다. 그는 “10년 전만해도 명이나물은 고급 한정식 집이나 일부 최고급 고깃집에서나 내 놓던 고급 반찬인데, 요즘은 중국산 때문에 웬만한 음식점에서 흔히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어선의 오징어 남획은 더 심각하다. 왕서방들이 오징어 맛을 알게 되자 2004년 북한과 공동어로협약을 맺고 동해안 북한수역에서 오징어잡이를 시작, 해를 거듭할수록 정도가 심해지고 있다. 올해 동해안을 거쳐 북한 수역으로 들어간 중국어선은 1,800여 척으로 지난해보다 500척 이상 늘었다.
오징어는 해류를 따라 이동하는 회유성 어종으로, 중국어선은 북쪽으로 올라갔다 남하하는 오징어를 중간에서 싹쓸이하기 때문에 남쪽 수역에서는 잡을 오징어가 없을 수밖에 없다. 특히 울릉도 오징어잡이 어선은 낚시로 잡는 채낚기가 대부분이지만, 중국어선은 집어등으로 끌어 모은 뒤 저인망어선으로 마구잡이로 잡고 있다. 집어등과 저인망을 합치면 어업강도는 같은 규모의 어선일 경우 채낚기의 10배 이상으로 알려지고 있다.
요즘은 상황이 더 심각해지고 있다. 중국어선은 보통 10월 말이나 11월 이후 본국으로 돌아갔지만, 요즘은 이듬해 2월까지 공해상에 남아서 조업을 계속하고 있어 피해가 커지고 있다. 지역 수산업계에 따르면 북한과의 조업계약이 끝난 뒤에도 동해안 공해상에 남은 중국어선은 200척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수협중앙회 등에 따르면 울릉도 오징어 위판량은 2003년 7,323톤에서 지난해는 1,774톤으로 급감했다. 국내 전체적으로도 2012년 10만2,894톤에서 지난해는 8만5,803톤으로 줄었다.
이달 초 울릉도 연안에 기상 악화로 대피해 온 중국어선 250여 척이 목격된 것은 중국어선의 동해안 싹쓸이 조업이 심각함을 보여주고 대표적 사례다. 이들이 연안에 마구 닻을 내리는 바람에 해양심층수 취수관이 파손됐다. 폐그물과 폐유도 울릉 연안에 마구 버렸다.
이뿐만 아니다. 해마다 겨울철이면 울릉도 근해에서 조업하던 복어잡이 어선도 수년 전만 해도 40여 척이나 됐지만 요즘은 고기가 없어 10여 척에 불과하다.
울진 후포수협 관계자는 “중국의 저인망 쌍끌이 어선이 치어까지 다 잡아가는 바람에 복어가 잡히지 않는다고 한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최수일 울릉군수는 최근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 대책마련을 호소하기도 했다. 박명재(포항남ㆍ울릉) 의원도 최근 추경호 국무조정실장과 이주영 해양수산부장관 등에게 “중국어선의 불법조업 등으로 울릉군 어민들이 생계에 위협을 받고 있다”며 강력한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울릉군의회 이철우 의장은 “울릉도 주민들은 호시탐탐 독도를 노리는 일본보다 중국 때문에 못 살 지경이다”며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서지 않는 한 방법이 없다”고 호소했다.
김정혜기자 kj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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