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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교수의 마지막 수업은 '공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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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교수의 마지막 수업은 '공감'이었다

입력
2014.12.1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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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년 강단 떠나는 김문조 고려대 교수, 통합 연구에 천착… 저서만 35권

"정윤회 문건·서북청년단 제건 등 극단적 과잉 상태서 비롯된 형태

'우리는 함께'라는 메시지 전파해야"

11일 오전 서울 성북구 고려대 서관에서 김문조 사회학과 교수가 은퇴 전 마지막 강의를 하고 있다. 최선아 인턴기자(건국대 미디어 커뮤니케이션학과3)
11일 오전 서울 성북구 고려대 서관에서 김문조 사회학과 교수가 은퇴 전 마지막 강의를 하고 있다. 최선아 인턴기자(건국대 미디어 커뮤니케이션학과3)

김문조(65)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가 11일 마지막 강의를 끝으로 33년간 서왔던 강단을 떠났다. ‘통합’이란 키워드에 천착해 연구해온 원로 사회학자답게 이날 강의도 ‘한국 사회의 불안, 불평등, 갈등, 사회통합’을 주제로 했다.

김 교수는 강의에서 한국 사회 여러 모순의 근원을 ‘감정 과잉’이라는 개념 하나로 압축해 설명했다. 최근 사회적 이슈인 ‘정윤회 문건’과 관련해 청와대 인사와 권력 실세들의 고소ㆍ고발이 난무하고, 젊은이들이 서북청년단 재건위원회와 같은 극우단체에 몸담는 퇴행적 행태도 결국은 “감정 과잉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김 교수의 진단이다.

강의 직후 한국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김 교수는 한국 사회가 감정 과잉의 시대로 진입한 과정에 대해 “고속 경제성장기를 지나면서 물질적 과잉의 시대로 접어들자 냉혹한 경쟁에 내몰린 시민들이 자신을 부각시키려고 ‘감정 과잉’을 선택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가 이 같은 극단적 감정 표출이 빚어내는 극단주의의 위험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김 교수는 강조했다. 그는 “극단주의를 선택하는 이들은 사회적 다양성을 보장하라고 주장하지만 사회적 공존 없이 다양성이 성립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깊이 있게 고민하지 않고 일단 저지른 뒤 ‘아니면 말고’식으로 행동하는 우리 사회의 고질병도 극단주의가 횡행하게 된 원인이다. 대표적인 예가 ‘정윤회 문건’을 두고 난무하는 고소ㆍ고발전이다. 김 교수는 “정치 세계의 부속물이라고 볼 수 있는 문건과 구설을 두고 고소ㆍ고발을 통해 정당성을 입증하려는 것”이라며 “권력자에게 어울리지 않는 행동”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정치 권력도 감정 과잉과 ‘아니면 말고’ 식의 무책임한 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시민으로부터 권위를 상실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김 교수는 “정치 지도층이 경박하고 가벼운 집단에 불과하다는 인식을 주면 사회를 더 혼란스럽게 할 수 있다”며 “정치권이 좀더 냉정한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 나가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이런 감정 과잉 시대에서 사회통합을 실현하기 위한 해법으로 ‘공감’을 꼽았다. 김 교수는 “위로는 피해 당사자의 피로감만 불러올 수 있다. 그보다 ‘우리는 함께’라는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공감이 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마지막 강의에 참석한 학생들에게도 공감을 강조했다. “공감 없는 관계는 단절될 수밖에 없고, 단절된 관계에서는 필요 이상의 갈등이 야기될 수밖에 없다.” 백발 노교수의 마지막 열변에 강의실을 가득 메운 학생 150여명은 한 마디라도 놓칠세라 눈빛을 반짝였다. 김 교수는 학생들에게 “우리 젊은이들이 끊임 없이 고민해 사회통합을 위한 큰 역할을 하리라 믿는다”고 당부했다.

김 교수는 한국이론사회학회, 한국과학기술학회, 한국사회학회, 동아시아사회학회 등 여러 학술단체 회장을 역임했다. 저서 35권, 학술논문 120편을 발표한 학문적 성과를 인정받아 올해 11월 제63회 서울시 문화상(인문과학 분야)을 수상하기도 했다.

김관진기자 spiri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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