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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대 안 부럽다" 실무능력 키워 현장서 환영받는 지방대들

입력
2014.12.1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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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술교육대 취업률 89% 1위, 건양대·우송대·대전대도 취업 강자

전문가들 "지역 발전과 연계해야" "지방 인재 수도권 유출" 비판도

“고3 담임 선생님이 학벌보다 실리가 중요하다고 해서 한국기술대학교를 선택했어요. 입시를 앞두고는 잘 알려지지 않은 대학이라 망설이기도 했지만 지금은 취업 걱정이 없어 든든합니다.”

충남 천안의 한국기술교육대(한기대) 3학년 노혜리(24)씨는 굳이 구분하자면 지방대생이지만 수도권 대학으로의 편입 기회만을 엿보는 여느 지방대생과는 다르다. 서울 소재 대학에 갈 성적이었음에도 간판보다 실리를 택한 그는 매일 아침 학교 대신 충북 청주 오송산업단지의 의료기기 전문기업 메타바이오메드로 출근한다. 한기대의 ‘기업연계형 장기현장실습(IPP)’ 과정으로 이 회사에서 해외영업을 담당하며 송장 발송과 거래 업무를 담당한다. 수많은 대학생들이 취업을 위한 스펙쌓기에 내몰릴 때 노씨는 이미 기업에서 꼼꼼하게 실무를 익히고 있는 것이다.

그는 “사내 멘토가 매일 실무를 가르쳐주고 교수님이 2주마다 방문해 업무나 고충사항을 관리해 준다”며 “취업 걱정에 쓸데 없는 스펙을 쌓기 위해 돈과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현장에서 필요한 지식과 업무를 익힐 수 있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한기대의 올해 취업률은 85.9%로 4년제 대학 중 1위. 대학에서 실무교육을 한 뒤 노씨처럼 3~4학년에는 총 10개월의 ‘도제식’ 현장 실습을 받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명문대보다 높은 취업률

대학 간판이 취업, 결혼, 이직 등 인생 전반에 도움을 준다는 믿음에서 학벌의 우상화는 나타난다. 하지만 지방대를 나와도 양질의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다면 모두가 명문대 진학을 위해 과열 경쟁할 필요는 없다.

한기대는 올해 취업 대상자 669명 중 575명이 취업에 성공했다. 85.9%의 취업률은 교육부가 건강보험공단의 데이터베이스(DB)를 기초로 대학 취업률을 발표한 2010년 이후 역대 최고치다. 일자리 질도 높아 취업자의 59.3%가 대기업(48.2%), 공기업(11.1%)에 입사했다. 전공을 살려 취업하는 ‘전공일치도’가 89%. 6개월간의 취업유지율도 90%다.

메타바이오메디에서 IPP 과정중인 신윤수(25ㆍ산업경영학) 씨는 “학교에서 스파르타식 교육을 받느라 스펙 쌓을 시간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보통 다른 대학의 3학점은 주당 3시간 수업을 하지만 이곳은 주당 4시간을 교육하고, 그 중 절반은 실무교육과 기업 현장 교육이라 매번 밤 늦게까지 수업이 이어진다”며 “이런 실무능력이 취업과 직결되기 때문에 힘들지만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노혜리씨는 “학교에서 배운 비즈니스 영어도 실제 사용해보고 수술용 실 제품을 직접 다뤄볼 수 있어 이곳에서의 업무 하나하나가 소중한 수업”이라고 말했다.

메타바이오메디 인적자원부의 윤인순(59) 상무는 “서울에서는 직장이 없어 아우성이라고 하지만 지방은 구인난에 허덕이고 있다”며 “직원을 뽑기 위해 비싼 비용을 들여 헤드헌터를 고용했는데 한기대에서 실무능력을 갖춘 우수한 인재를 보내줘 인력난 걱정을 덜고 있다”고 말했다.

한기대의 강점은 ‘취업 특성화 교육’이다. 대부분의 4년제 대학이 인문ㆍ사회ㆍ경영ㆍ공과대 등 백화점식으로 수십개의 학부를 운영하는 것과 달리 한기대는 전기ㆍ건축ㆍ에너지 등 8개 학부만 운영한다. 산업경영학과를 제외하고 모두 이공계이며, 이론과 실험실습을 5대5로 배분해 전공 실무능력 향상에 초점을 두고 수업을 진행한다.

교수진은 국내외 산업체 및 연구소에서 3년 이상 근무한 인력으로만 채용했다. 3년마다 한 학기씩 산업현장에 나가 업계 흐름을 배우고 돌아오도록 했다.

특성화로 학벌 구조 깨는 강소대학들

실무 중심 교육으로 주가를 올리는 지방의 강소대학들은 한기대 외에도 많다. 충남 논산의 건양대도 실무중심 교육으로 취업률이 74.5%에 달한다. 대전 우송대(72.8%)와 대전대(62.2%)도 높은 취업률을 자랑한다. 경북 한동대는 아시아 최초로 국제법전문인력양성을 위한 국제법률대학원을 운영해 지금까지 229명의 미국 변호사를 배출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2013 산업계 관점 대학평가’에 따르면 지방대인 영남대, 충북대, 한기대, 한밭대가 전자반도체 분야에서 서강대 성균관대 등 서울 소재 대학과 함께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 전남대와 경북대는 한양대 등과 함께 정보통신분야에서 최우수등급을 받았고, 울산대 호서대도 정유석유화학 분야에서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 산업계 관점 대학평가는 대학의 교육이 산업계 요구와 일치하는 정도를 평가하는 것으로, 대학의 간판과 실제 역량은 별개라는 것을 보여준다.

특성화 사업은 장기적 관점으로

백정하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고등교육연구소장은 “지난 정부에서도 지방대 특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누리사업(NURIㆍ지방대학혁신역량강화사업) 등이 시행됐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이 변하고 재정지원이 중단됐다”며 “특성화 사업은 지역사회 발전과 함께 이뤄져야 해 10~20년을 내다보지 않으면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역에서 길러낸 인재가 서울로 몰리는 불균형 현상도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올해 1월 한국고용정보원의 ‘지방 대학 졸업생의 취업 행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방대 졸업자 10명 중 4명이 수도권으로 취업했다. 하연섭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역에서 양성된 인력의 수요가 대부분 수도권 지역에 몰려 있어 졸업 후 수도권으로 이동이 불가피하다”며 “대학을 특성화 하더라도 지역에서 양질의 일자리가 제공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고 지적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천안=정지용기자 cdragon2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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