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억 청약한도 채운 자산가 상당수
중장년층 창구 몰려 종일 북새통
최종 경쟁률 194.9대 1 달해
제일모직 공모주 청약 마감일이었던 11일 KDB대우증권 서울역지점은 평소보다 5배 가량 많은 사람들이 몰려 하루 종일 북새통을 이뤘다. 1시간가량을 기다린 끝에 공모주 3만8,000주를 신청한 대기업 임원 김모(52)씨는 “은행 예금 10억원을 인출해 투자한 것”이라며 “저금리로 투자할 곳이 없었는데 삼성 계열사인데다 앞으로 성장성이 높아 투자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18일 상장하는 제일모직 일반 공모주 청약에 30조원이 넘는 자금이 몰리며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저금리 여파에 마땅한 투자처가 없고 삼성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위치한 제일모직 주가가 향후 크게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에 단기 부동자금이 대거 몰린 것으로 보인다.
제일모직 공모주 청약이 좀처럼 깨지기 힘들 것 같은 초대형 흥행 기록을 세웠다. 10, 11일 이틀간 진행된 청약에 몰린 청약증거금은 30조649억원. 지금까지 역대 최대였던 2010년 삼성생명(19조8,444억원)을 가볍게 뛰어넘은 것은 물론이고, 지난 달 흥행에 성공했다는 평을 받았던 삼성SDS(15조5,520억원) 때와 비교하면 두 배에 가깝다.
최종 경쟁률은 194.9대 1. 증권사마다 경쟁률이 차이가 있긴 하지만 청약증거금 516만7,500원에 1주가 배정된다. 1억원을 청약증거금으로 냈을 경우 19주를 청약 받을 수 있다. 청약증거금만 55억6,500만원을 내고 청약한도(21만주) 최대치까지 꽉 채운 고액 자산가도 더러 있었다는 게 증권사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심지어 10년 넘게 거래를 하지 않았던 계좌에서도 청약이 들어왔다. 이경민 대우증권 갤러리아지점 이사는 “주식이나 저축보험 등을 담보로 잡고 대출을 받아 청약증거금으로 수억원을 넣은 자산가들도 많다”며 “기존에 청약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중장년층들도 대거 청약에 뛰어들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제일모직 공모청약 흥행은 일찌감치 예고됐다. 삼성 오너 일가의 지분율이 높은데다 향후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이뤄질 경우 주가 상승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잇따랐다. 무엇보다 저금리 여파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들이 시중에 풍부하다는 점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했다. 한 달 전 이뤄진 삼성SDS 공모에서 15조원이 넘는 돈이 몰린 것은 예고편의 성격이 짙었다. 특히 삼성SDS 상장 후 곧 바로 두 배 가까운 수익을 낸 ‘학습 효과’도 적잖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보유한 제일모직 지분율이 25.1%에 달하고 삼성 오너 일가 전체 비율로 봐도 40%가 넘는다”며 “삼성그룹 최상위 지배기업이면서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회사여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본격화하면 최대 수혜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은경 대우증권 서울역지점 PB는 “저금리에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만한 상품이 거의 없어진 상태다”라며 “삼성SDS 성공 효과와 더불어 단기간에 자금 운용이 가능해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관심은 18일 상장 후 주가 방향. 대부분 전문가들은 공모가(5만3,000원)가 비교적 낮기 때문에 최소 7만원, 높게는 10만원 이상을 훌쩍 웃돌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실제 청약 마감일인 11일에도 장외시장에서 제일모직 주식은 주당 10만원선에서 거래됐다. 양형모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제일모직 사업성보다는 향후 지배구조 이슈에 따라서 주가가 달라질 것”이라며 “상장 직후에는 수급 여건이 좋아 일단 상승하겠지만 장기적으로 지주사 전환에 차질이 생기면 주가가 떨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김진주기자 pearlkim7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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