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금요일 행사를 올핸 수요일로
미생ㆍ삼시세끼 편성 고려한 일정
3일 홍콩에서 열린 ‘2014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MAMA)에는 좀 의아한 부분이 있었다. MAMA는 2010년부터는 해외에서, 2012년부터는 11월의 금요일에 행사가 열렸는데 올해는 수요일로 일정이 바뀐 것이다. 금요일 밤에 행사를 연 것은 시상식 관객과 중계 방송의 시청자가 주로 10대인데다 행사가 4시간 이상 이어지며 밤 12시가 넘어야 끝나므로 다음날 쉴 수 있도록 배려했기 때문이다. 그런 행사가 올해는 수요일 밤에 열렸으니 취재진들도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일정이 왜 바뀌었을까. MAMA 관계자들에게 이유를 물어보아도 한결같이 “모른다”고 했다.
그러나 MAMA를 개최하는 CJ E&M의 고위 관계자는 “MAMA 일정이 바뀐 데 ‘미생’과 ‘삼시세끼’의 인기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미생’과 ‘삼시세끼’는 CJ E&M이 운영하는 tvN의 금요일 밤 프로그램으로 각각 7%대와 8%대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신드롬을 만들고 있다. tvN도 운영하고 MAMA도 개최하는 CJ E&M으로서는 MAMA를 굳이 금요일 밤에 개최해 ‘미생’과 ‘삼시세끼’에 영향을 줄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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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미생'과 '삼시세끼'는 앞뒤로 붙는 광고가 모두 완판된 상태이며 주문형비디오(VOD) 매출도 높은 편이어서 한번이라도 결방하면 타격이 매우 크다. '미생'은 IPTV 등을 통한 VOD 매출이 최근 일주일간 3억원에 이르러 VOD 시장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총 VOD 매출은 '응답하라 1994'(2013)에 맞먹는 3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삼시세끼'는 드라마가 아닌 예능임에도 일주일 VOD 매출이 1억~2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꽃보다 할배'(유럽편)가 일주일 VOD 매출이 2억원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인기인 셈이다. 특히 '삼시세끼'는 회당 제작비가 1억원도 안 되면서 시청률까지 높아 CJ E&M에겐 효자 중의 효자다. 그런 두 프로그램의 흐름을 끊어가며 MAMA를 금요일에 진행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지상파 방송들도 내년 개편을 앞두고 CJ E&M에 맞설 전략을 짜고 있다. 특히 금요일 저녁 시간대에서 가장 밀리는 KBS가 절치부심하고 있다. KBS는 내년 1월부터 금요일 저녁에 청소년드라마 ‘하이스쿨 러브온’을 폐지하고 대신 드라마 ‘스파이’를 선보일 예정이다. 그룹 JYJ의 김재중과 유오성이 출연할 ‘스파이’는 ‘미생’과 비슷한 시간대에 편성돼 경쟁 구도를 형성할 전망이다. KBS는 또 4% 대의 낮은 시청률을 보인 유재석의 예능 프로그램 '나는 남자다'를 14일 폐지하고 리얼 버라이어티 '용감한 가족'(가제)을 금요일 밤에 편성하기로 했는데 이 역시 ‘미생’과 ‘삼시세끼’를 겨냥한 것이라는 게 방송가의 분석이다. KBS는 ‘용감한 가족'에 해외 촬영 내용을 많이 넣어 볼거리를 충분히 담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확한 편성 요일을 정하지 못했지만 KBS의 예능 프로그램 ‘투명인간’도 tvN의 두 프로그램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강호동이 이끄는 ‘투명인간’은 직장인을 찾아가 게임을 하는 프로그램으로 내년 1월 신설된다. KBS 예능국의 관계자는 “'미생'과 같은 좋은 콘텐츠를 지상파 특유의 색깔로 만들어 보일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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