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ㆍ다음카카오ㆍ구글
처음 한자리 모여 토론...각론 입장차
미래부 "규제 개선 속도 내겠지만
무엇보다 이용자가 우선돼야"
네이버, 다음카카오, 구글 등 주요 포털 3사가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여 “인터넷 산업 발전에 발목을 잡을 수 있는 불필요한 규제들을 없애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각론에 들어가서는 네이버와 다음카카오가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을 완화하는 방향이 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구글은 글로벌 표준을 따라야 한다고 강조해 입장 차이를 보이기도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정호준 의원은 11일 ‘규제 일변도의 인터넷정책,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주제의 토론회를 개최했다. 인터넷정책을 주제로 3사 관계자가 한 자리에 모여 의견을 나눈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정 의원은 “10월 발생한 카카오톡 감청 사태나 국내외 사업자 간 역차별 논란 등은 산업의 위축을 가져올 수 있는 대표적 사례”라며 “입법적, 행정적 개입을 최소화해 인터넷 산업이 공동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고민해 봤으면 한다”고 자리를 마련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이날 모인 포털 3사 관계자들은 시장 자율성을 존중하는 정책이 시행돼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인터넷 서비스 경쟁에는 국경이 없는 만큼 정부의 인위적인 지원과 규제는 오히려 국내 인터넷 산업에 걸림돌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김수 다음카카오 대외협력실장은 “오프라인 공정경쟁을 위해 만들어진 규제가 온라인에 그대로 적용되거나, 산업과 산업이 융합하는 과정에서 과거 규제가 걸림돌이 되는 등 다양한 상황에서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며 “전자상거래와 결제가 합쳐지면서 규제가 정리되지 않아 불편을 낳은 ‘천송이 코트’가 대표적인 예”라고 강조했다. 정민하 네이버 정책협력실장 역시 “의료법에 관련 규정이 없다는 이유 때문에 시장 형성이 막혀있는 원격 의료의 사례처럼 기존 서비스와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을 막는 규제는 단계적으로 철폐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실장은 특히 국내 사업자들만을 겨누고 있는 규제가 없어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강화된 저작권법 규제와 제한적 본인확인제, 청소년보호법상 연령 및 본인확인 강제로 국내 업체들의 발이 묶인 사이 국내 동영상 시장의 절반 이상을 규제 적용을 받지 않는 유튜브가 잠식했다”며 “알리바바, 텐센트 등 중국 정보기술(IT) 업체들이 속속 진출해 국내 업체들을 공격적으로 인수하고 있는 상황을 볼 때, 더 이상 규제 완화를 미룬다면 다른 부문마저 곧 외국업체가 장악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이재현 구글코리아 정책협력실장은 국내 기업들을 보호한다며 ‘온실 속 화초’로 키운다면 세계 시장에서 도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현재 구글 지도는 한국과 쿠바에서만 서비스가 금지돼 있어 외국인들이 한국에 여행 왔을 때 많은 불만을 호소하고 있다”며 “세계적 표준과 흐름을 무시한 채 해외 업체 규제로 이용자 선택권을 제한한다면 멸망한 ‘전자 왕국’ 일본의 뒤를 따라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 측 대표로 참석한 윤종록 미래창조과학부 제2차관은 “전자상거래 규제는 실생활에서 체감할 수 있도록 개선에 속도를 낼 것이며, 사물인터넷(IoT)과 인터넷금융과 같은 신성장 산업 규제도 우선적으로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송재성 인터넷정책과장도 “해외 업체와 국내 업체에 대해 동일한 수준의 규제를 적용할 방침”이라면서 “무엇보다 이용자가 우선될 수 있도록 인터넷 규제와 관련해 사회적 공감대와 합의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서희기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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