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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의 길 위이 이야기] 나만의 기념일

입력
2014.12.11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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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을 기다리다 우연히 ‘세금 문제 해결의 날’을 홍보하는 전광판의 문구를 보았다. 매일 하나씩 문제를 해결해주면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지겠구나 하는 순진한 생각이 들다가도, 일조권 문제를 해결해주는 날은 왜 없느냐고, 주차 문제와 고용 문제를 해결해주는 날은 왜 없느냐고 소리 높여 외치는 사람들의 얼굴이 연달아 떠올랐다.‘**문제 해결의 날’로만 달력을 만들어도 일 년에 365일이 모자랄 것이다. 하루아침에 해결될 리 만무하므로, 내년으로 미뤄지는 문제 또한 수두룩할 것이다. 생각이 예까지 미치자 나부터 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보는 날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결코 나서서 해결해주지도 않고, 동시에 해결해줄 수도 없는 나만의 문제를. 우선 나는 매달 마지막 날을 반성의 날로 삼기로 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하는 반성이지만 한 달을 돌아보고 내가 저지른 잘못들을 되짚어보면 왠지 조금 더 괜찮은 사람이 될 것 같았다. 더불어 매달 첫날을 손편지 쓰는 날로 정했다. 휴대폰 문자나 이메일로 전하는 안부 말고 한 자 한 자 꾹꾹 눌러쓴 편지를 그리운 사람에게 전하고 싶었다. 이 밖에도 공상(空想)의 날, 나들이의 날, 책꽂이 정리의 날 등이 한 달에 한 번 나를 찾게 되었다. 나만의 기념일을 만들자 달력이 금세 빼곡해졌다. 어느 하루도 중요하지 않은 날이 없게 되었다. 어느 하루도 허투루 살면 안 되게 되었다. 기분 좋은 자승자박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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