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부상 상태서 현대건설에 입단...한국생활 두 달째 우려 딛고 맹활약
“2라운드 최우수선수(MVP)상금으로 동료들에게 ‘한 턱’ 쏠 예정이다.”
요즘 폴리나 라히모바 (24ㆍ현대건설ㆍ등록명 폴리)는 신바람이 났다. 한국생활을 시작한지 이제 겨우 두 달째인데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1, 2라운드 연속 MVP를 차지한데다가, 트리플크라운(백어택, 서브에이스, 블로킹 각 3개 이상)도 3번이나 달성했다. 프로배구연맹으로부터 받은 상금까지 쏠쏠하다.
11일 양철호(39)감독으로부터 ‘특별 휴가’를 받은 폴리는 시내 나들이에 나섰다. 경기 용인시에 위치한 훈련장 근처 쇼핑센터를 찾았다. 크리스마스 트리 모양의 귀걸이에, 손톱에는 청바지 질감의 스티커까지 붙이고 한껏 멋을 부렸다. 폴리는“아무리 운동선수라지만 여자는 여자다”라며 “치마와 원피스를 즐겨 입는다”고 웃었다. 197cm 큰 키를 자랑하는 폴리가 시내에 등장하자 시민들은 하나같이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제르바이잔 대표팀에서 뛰었던 폴리는 한동안 무릎 부상으로 스스로에 대한 확신을 잃었다. 실망감과 좌절감에 휩싸여 배구 코트를 떠나려고 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끈질긴 재활로 몸 상태가 회복됐고 현대건설과 연이 닿았다. 폴리는 "내가 부상을 당했는데도 해외리그에서 나를 불러준다는 사실에 정말 기뻤다"고 털어놨다.
폴리는 예전 선수생활 동안 심한 말을 하는 구단이나 감독 때문에 힘들었다면서 “현대건설의 끈끈한 팀워크가 처음에는 생소했지만 지금은 정말 좋다”고 말했다. 그는“나이가 많은 선수들은 연륜이 있고, 또 어린 선수들은 풋풋하다. 선수들 성격과 개성이 다양한데 잘 어울린다는 것이 신기하다”고 밝혔다. 양 감독에 대해서도 폴리는 “선수들에게 장난도 많이 치고, 부드럽게 대하는 점이 굉장히 좋다”고 말했다. 폴리는 이제 득점 후에 선수들과 얼싸 안으며 ‘팀 세리머니’를 하는 것에도 많이 익숙해졌다.
폴리는 자신의 귀와 입이 되어주는 통역사 성리사(24)씨에게도 애정을 표했다. 폴리는 “리사가 나와 동갑이라서 친구처럼 편하게 얘기를 나눌 수 있다. 용병들 중에 내가 운이 좋은 편인 것 같다”며 웃었다. 어머니가 배구 선수 출신인 성씨는 폴리가 어려운 공을 잘 처리할 수 있는‘한국형 용병’이 될 수 있도록 돕는다. 지난해 IBK기업은행에서 활약했던 알레시아 리귤릭(27ㆍ우크라이나)을 도왔던 경험도 있다. 성씨는 “폴리가 워낙 자기가 해야 할 일을 잘 알고 있다”며 “한국형 용병을 이해시키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폴리가 좋아하는 반찬도 김치와 연근이라며 입맛이 한국식으로 바뀌었다고 털어놓았다.
늘 밝은 표정의 폴리지만 시즌 1호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했을 당시 밝혔듯 가족에 대한 걱정을 안고 있다. 폴리의 고향인 우크라이나가 내전 중이기 때문이다. 폴리는 “뉴스에는 마치 내전이 종료된 것처럼 나오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며 “여전히 내전상태”라고 우려했다. 이어 “하지만 내가 우울해 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부모님도 내 활약을 기뻐하시기 때문에 즐거운 마음으로 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현주기자 memor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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