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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주…" 작은 외침 들은 경찰이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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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주…" 작은 외침 들은 경찰이 살렸다

입력
2014.12.1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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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署 김동형 경장이 신속 조치, 시민들은 취객으로 여기고 외면

서울의 아침기온이 영하 6도까지 떨어져 한파가 매서웠던 4일 오전 8시. 박모(47ㆍ여)씨는 평소처럼 영등포구 신길동 대방역에서 직장이 있는 종로 3가로 출근하기 위해 지하철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열차에 탑승한 지 20여분이 지났을까. 갑자기 가슴에 무거운 통증을 느낀 박씨는 용산역에 급히 하차했다. 플랫폼에 발을 내딛는 순간 통증은 극에 달했다. 순식간에 양손이 마비되면서 뒤틀리기 시작했다. 심장마비의 전조증상이 찾아온 것이다. 박씨는 나무벤치를 등받이 삼아 차가운 땅바닥에 주저 앉았다. 행인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려 했지만 이미 마비가 온몸으로 진행돼 입에서는 “살려주…”라는 작은 목소리밖에 나오지 않았다. 박씨가 앉아 있던 2-2번 플랫폼은 출구계단이 인접해 있어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었다. 하지만 지나가던 시민들은 박씨를 단순 취객으로 여기고 출근길을 재촉할 뿐이었다.

용산경찰서 김동형 경장
용산경찰서 김동형 경장

바로 그때 서울 용산경찰서 교통조사계 소속 김동형(43) 경장이 신음하던 박씨를 발견했다. 출근 중이던 김 경장도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박씨를 지나쳤다. 하지만 ‘느낌이 이상하다’는 경찰의 직감에 발길을 돌렸다. 다가가 보니 박씨는 심장마비 직전에 놓인 응급환자였다. 곧바로 김 경장은 119에 구조를 요청했고, 박씨의 호흡과 맥박이 아직은 정상임을 확인했다. 김 경장은 외투를 벗어 박씨를 덮은 뒤 온몸을 조심스레 주무르며 의식을 잃지 않도록 도왔다. 현장에 도착한 구급대가 박씨를 인근 병원으로 후송하는 과정에서 결국 심장마비가 찾아왔지만 ‘골든타임’ 안에 이뤄진 신속한 처치로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박씨는 평소 별다른 지병을 갖고 있지 않았다. 이날 찾아온 심장마비는 급격히 떨어진 기온이 원인이었다는 진단이 나왔다. 박씨의 의료진은 “겨울철에는 심혈관이 위축되고 혈압에 변화가 심해져 급성심근경색 등 심장질환 발생 가능성이 높다”며 “박씨의 경우 구조도 빨랐고 마사지 등 응급처치가 잘 돼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박씨의 남편인 설모(48)씨도 서울경찰청 3기동단 소속 경찰관으로 밝혀져 경찰 내에서 김 경장의 선행이 더 화제가 되고 있다. 설씨는 10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동료 경찰인 김 경장에게 거듭 감사를 표현했다. 설씨는 “하마터면 두 아들을 혼자서 키울 뻔했는데 하늘이 도왔다”며 “사복을 입은 상태에도 경찰 본연의 역할을 잊지 않은 김 경장이 같은 경찰로서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무사히 치료를 마친 박씨는 조만간 중환자실에서 일반실로 병실을 옮긴 뒤 퇴원할 예정이다.

‘생명의 은인’이라며 보답을 하고 싶다는 박씨 가족에게 김 경장은 “민생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으로서 당연히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손사래를 치고 있다. 그는 “아주머니가 무사한 것만으로도 큰 보람이 됐다. 다른 사람의 위기를 외면하지 않는 시민들이 늘어나 올해 겨울이 따뜻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재진기자 blan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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