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이 끝나간다. 하루가 저물어 가는 노을에 깃든 후회도 큰데, 한 해를 되돌아봐야 하는 지금의 마음은 복잡다단하다. 올 해의 아픔과 미련을 크리스마스 캐럴에 다 묻고, 새로운 계획과 단단한 다짐으로 2015년을 맞고 싶다. 모든 희망은 과거의 잘못과 직면해야 싹을 틔운다. 2014년은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을까?
세월호는 좌초했고, 295명이 죽었다. 실종된 9명은 찾지 못하고 수색은 종료됐다. 전쟁도 아닌데 전쟁처럼 많은 국민이 죽었다. 정부는 무능해 속수무책이었다. 눈물로 토해지지 않는 울음이 너무 서러워 올 봄은 유난히 추웠다. 참사 34일 만에야 사과한 박근혜 대통령과 반바지를 입고 길거리로 나와 한 번만 도와달라던 새누리당은 지방선거에서 승리했다. 선거 때만 되면 ‘묻지마 지지’를 보내는 내 편이 많은 그들은 행복해 보였다. 그들의 웃음소리가 커질수록 국민들의 한숨은 깊어지는 듯했다. 제1야당의 무능은 이어졌고, 대통령은 목숨을 걸고 단식을 한 세월호 유족을 당당하게 외면했다. 단풍이 물러갈 무렵, 담뱃값을 비롯한 물가와 서민들이 내야 할 세금이 오르기 시작했다. 찬 바람과 더불어 아무런 공적 직책이 없는 정윤회씨가 많은 국정에 개입해 큰 힘을 발휘해 왔다는 의혹이 불어 닥쳤다. ‘찌라시에나 나오는 그런 얘기들’이라는 대통령의 반응과 청와대의 해명을 들을수록 2014년의 해소되지 못한 모든 분노와 울화가 싸늘한 냉소로 터져 나왔다. 봄의 추위는 겨울로 이어지고 있다.
나는 박근혜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으로 기록되길 간절히 바랐다. 국정원의 조직적인 대선 개입 의혹과 간첩 사건을 조작하려던 시도가 사실로 확인되는 등 국가 정체성을 뒤흔들었던 사건들이 연이어 터졌지만, 그 바람을 완전히 꺾지 않았다. 지금 우리 국민들은 먹고 사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여기니 정치 분야의 부족함을 경제 분야에서라도 메워주리라 기대했다. 그래서 민생을 내세우며 정치와 사회 문제를 희석시켰을 때 일단 지켜봤다. 하지만 집권 2년이 지나는 지금 불행하게도 그 바람을 접어야 할 것 같다. 정치의 부패는 경제의 실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5년 전 선례가 떠오른다.
도덕적으로 흠은 많지만 국민들의 통장 잔고를 부풀려 주리란 믿음 덕분에 이명박은 2007년 대선에서 대통령으로 가뿐하게 당선됐다. 국밥을 들고 마시며 왕성한 식욕을 뽐내던 그는 대통령이 되어 잠바를 입고 삽질도 가열차게 했다. 하지만 믿음의 결과는 예상과 정반대였다. 그의 집권 5년을 지나면서 국민들은 더 가난해졌고, 그와 그 주변들은 더 부자가 되었다. 그들의 부는 국민들의 빚처럼 보인다. ‘사자방(사대강, 자원외교, 방산비리)’으로 대표되는 이명박 정부의 실정은 과거의 사건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 뒷감당을 하느라 국가재정이 파탄났으니, 현재이고 미래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명박 전 대통령은 국민들의 피같은 세금으로 서울 강남의 논현동 사저에서 많은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여 안온하게 잘 지내고 있다. 대한민국의 법은 어쩐지 그들 편 물고기들은 모두 빠져나가는 그물 같다. 정의를 말하는 입은 부끄러워 말을 삼킨다.
정윤회씨 국정 농단 의혹이 커져만 가고 있다. 위기의식을 느낀 새누리당은 그동안 미적거리던 ‘사자방’ 국정조사를 수락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것이 박대통령에게 기사회생의 계기가 될 지도 모른다고 판단한 듯 하다. 정략적 이익을 떠나 박대통령이 말해온 비정상의 정상화와 적폐의 중심에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있다. 따라서 그를 둘러싸고 꾸준히 제기되어온 의혹들에 대한 진상 규명은 대한민국의 법과 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이다. 국정 책임자로서 당연히 해야 할 직무이다. 생선살에 붙은 가시를 발라내듯이 꼼꼼하고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 이 전 대통령도 국가를 위한 일이니 잘 협조할 것이다. 과연 박 대통령이 잘 해낼 수 있을까? 여기에 남은 임기 3년의 향방이 걸렸다. 대통령의 실패는 곧 국가와 국민의 실패다. 부디 2015년에는 박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으로 남길 바란다.
이동섭 예술인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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