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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대한항공과 나이키

입력
2014.12.1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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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조현아 부사장의 부적절한 처신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250명의 승객이 탑승한 비행기를 사유물처럼 제멋대로 세우고 승무원을 쫓아낸 조 부사장의 태도에 모두가 눈살을 찌푸린다. 조직을 벗어난 공간에서 저 정도인데 외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운 조직 내에서는 어떨 지 상상이 간다. 모든 보직에서 물러나겠다고 했지만 여론은 악화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법적 책임까지 거론한다. 책임의 범위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지만 이번 기회에 체질화된 재벌 오너들의 갑질 행태에 따끔한 질책이 필요하다는 데에 대다수 국민들이 공감하고 있다.

사태를 키운 것은 대한항공과 조 부사장의 자업자득 측면이 강하다. 처음부터 떳떳하게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는 태도를 취했더라면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책임을 승무원과 기장에게 떠넘기고, 직원들의 카톡을 검열하고, 강압적으로 입단속을 시키는 등 일련의 사후 조치가 기름을 부은 것이다.

스포츠용 신발을 제작하는 나이키는 글로벌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달리는 유수의 기업이다. 이런 나이키가 위기에 빠진 적이 있었다. 발단이 된 것은 라이프라는 미국의 잡지책이었다. 1996년 6월호에서 라이프는 나이키가 파키스탄 아동들의 노동력을 이용해 축구공을 생산하고 있다고 고발했다. 월드컵에서 골목 축구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청소년들에게 꿈을 심어주던 나이키의 축구공이 아동들의 노동력을 착취해 만들어진다는 사실에 사람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소비자단체들과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나이키 불매운동이 벌어졌고 나이키는 크게 휘청거렸다. 매출은 하락했고, 주가는 폭락했다. 위기를 키운 것은 나이키의 대응방식이었다. 나이키는 책임회피와 변명으로 일관했다. 아동들에게 노동을 시킨 것은 파키스탄의 하청업체들이기 때문에 자신들에게는 아무 책임이 없다는 것이 나이키가 내놓은 공식입장이었다. 그러나 소비자들과 투자자들은 나이키의 해명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부정적인 보도는 오히려 늘었고, 시장은 더 싸늘하게 변했다. 나이키는 두 손을 들었다. 노동과 인권을 중시하는 기업 문화를 진작시키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선언한 후 조직을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대한항공은 나이키 방식으로 ‘땅콩회항’ 사건에 대응하고 있다. 과정과 결과도 나이키를 닮아가고 있다. 위기를 탈출할 해답도 이미 정해져 있는 셈이다. 인권과 이해관계자와의 소통을 최우선 가치로 존중하는 방향으로 기업문화를 대대적으로 혁신해야 한다. 대한항공의 창업주 고 조중훈 회장은 20대 중반 낡은 트럭 한대로 사업을 시작했다. 미군 영내 청소를 하청받아 일하던 조 회장이 굴지의 기업을 일으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웃에 대한 헌신과 봉사라는 기업가정신이 숨어 있다. 그는 어느 날 차를 몰고 인천에서 서울로 가는 길에서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는 여인을 발견하고 차를 세운다. 차가 고장나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는 것이었다. 조 회장은 무려 1시간 반 동안 차를 수리해 문제를 해결해줬다. 그러자 여인이 상당액의 돈을 내놓았다. 그렇지만 조 회장은 그 돈을 받지 않았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선행을 베푼 것이어서 받을 수 없다고 했다. 여인이 꼭 사례하고 싶다며 연락처라도 알려달라고 해서 주소를 적어줬다. 다음날 여인은 남편과 함께 조 회장을 찾아왔다. 남편은 미군사령관이었다. 이런 인연으로 조 회장은 미군 영내에서 나오는 폐차 처리를 맡아 기업을 키웠다. 그것이 대한항공이다. 어려울수록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지금 대한항공에 필요한 것은 창업정신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대한항공은 지난달 중순 ‘넥스트소사이어티 CSR Summit 2014’에서 운송업 부문 대상을 받았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잘했다고 상을 받았는데 채 한 달도 안 돼 기업 임원이 국민들을 실망시키는 행동을 한 것은 유감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기업의 문제로만 끝나지 않는다. 개인의 사회적 책임이 수반돼야 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기업과 구성원은 유기적으로 얽혀있다. 이번 항공기 회항 사건은 기업 구성원들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하면 기업 성과도 사상누각이 될 수 있다는 교훈을 일깨운다.

박영규 넥스트소사이어티재단 사무총장
박영규 넥스트소사이어티재단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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