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영시간 15분 줄어들며
게임물 탈피 밀도 있는 방송 돼
처음엔 어색했던 6인 개성 조합
식구ㆍ형제 같은 느낌 들어
“7년 간 내려온 프로그램의 유산이 ‘1박2일’을 지켜줬어요.”
폐지될 수도 있는 위기를 극복하고 어느덧 1주년을 맞은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의 유호진(36) PD가 한 말이다.
그는 1년 전 작은 카페에서 메인 PD가 된 뒤 첫 작품으로 ‘1박2일’의 메가폰을 잡으며 “부담스럽지만 잘 해보고 싶다”고 했었다. 소박한 희망이었지만 당시 ‘1박2일’은 존폐의 기로에 서있었다. KBS 예능국은 ‘1박2일’ 시즌2의 성적이 좋지 않자 시즌3로 갈 것이냐 폐지할 것이냐를 놓고 심각한 고민에 빠졌었다. 결국 시즌3로 결정이 났지만 “결과가 좋지 않으면 폐지”라는 시한부 단서가 붙었다. 그렇게 1년을 버틴 ‘1박2일’이 10일 서울 여의도동 KBS 신관에서 기자간담회를 했다.
“‘1박2일’만의 특색을 옹호하면서 자리를 지켜준 고정 시청자 덕분에 잘 버틴 듯 합니다. 고정 시청자들이 당분간 변하지 않는다는 확신이 들어 조금씩 색다른 것을 시도했는데 그런 시도가 박수를 받았습니다. 아주 오랫동안 내려오는 간장에 조금씩 맛술을 넣는 느낌이랄까요.”(유 PD)
유해진, 엄태웅, 성시경, 차태현 등이 출연한 시즌2(2012~2013년)는 시청률이 한 자릿수에 머물러 강호동이 출연했던 시즌1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그러다가 지난해 이맘때 김주혁, 김준호, 차태현, 데프콘, 김종민, 정준영이 시즌3의 포문을 열었고 지금은 시청률이 16%를 넘는다.
시즌2와 시즌3에 모두 출연한 차태현은 “성공을 위한 정답은 없는 것 같다”며 “방송 시간이 15분 가량 줄어든 게 프로그램을 질적으로 좋아지게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지상파 3사는 주말 예능 프로그램의 시작 시각을 오후 4시50분으로 합의했다. 그 전까지만 해도 각 방송사는 더 앞선 시간대를 욕심 냈고 방송 시간도 길게 늘렸다. “시간이 제작 환경에서 대단히 중요하다는 걸 느꼈어요. 시즌2에서는 분량을 뽑아야 한다는 생각에 게임밖에 할 것이 없었어요. 그래서 게임만 한다는 비난을 받았죠. 지금은 훨씬 밀도 있는 방송이 됐어요.”(차태현)
위기를 극복했기 때문인지 멤버들의 호흡은 더욱 빛이 난다. 이날 간담회에서도 물에 소금을 넣어 ‘복불복’ 게임을 했다.
“‘개그콘서트’를 16년 동안 하면서 설정을 짜는 게 몸에 배어 있어요. ‘1박2일’에 합류했을 때도 머릿속으로는 ‘오늘은 어떤 설정을 할까’ ‘웃겨야 한다’를 고민했어요. 하지만 차태현의 아내가 멤버들을 초대하거나 도시락을 싸주면 이완이 되는 겁니다. 내 식구, 내 형제 같은 느낌이 들어 설정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드러날 때가 많아요.”(김준호)
“처음에는 참으로 어색한 조합이었습니다. 제작진도 녹화 전날까지 무엇을 어떻게 할지 알려주지 않았고요. 하지만 새롭고 특별한 시도를 하면서 ‘1박2일’이 더 많은 사랑을 받았으니 기적이라고 생각합니다.”(데프콘)
“‘1박2일’에 합류했을 때는 자신이 없었어요. 멤버들이 서로 위하는 것을 보며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그것이 이 프로그램의 힘이기도 하고요. 덕분에 저 역시 친숙한 이미지를 얻었습니다.”(김주혁)
‘1박2일’의 미래는 어떨까. 유 PD는 “저는 웃기거나 재미있는 사람이 아니다”며 “멤버들과 더 많은 경험을 하면서 어떻게 하면 더 웃길지를 고민할 뿐”이라고 말했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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