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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내세우더니… 美 'CIA 고문' 후유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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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내세우더니… 美 'CIA 고문' 후유증

입력
2014.12.10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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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상원 특별보고서 공개 직후 국제사회서 도덕성 뭇매 예고

유엔 "관련자 기소해야" 요구, 中·北에 역공 빌미… 테러 우려도

코 입 항문을 통한 물 주입, 66시간 동안 잠 안 재우기, 체모 깎기…. 영화에서나 볼 법한 잔인한 고문이 미국 중앙정보국(CIA)에 의해 자행된 사실이 공개됐다.

미 상원 정보위원회가 특별보고서를 통해 테러 용의자에 대한 CIA의 고문 사실을 공식 인정함에 따라, 국제 사회에서 미국의 도덕적 지도자 지위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유엔이 당장 CIA 관련자 기소를 요구함에 따라 북한 중국 등에 대한 인권외교 압박 명분이 크게 손상됐고, 테러집단의 보복 공격 가능성도 한층 고조되고 있다.

벤 에머슨 유엔 대테러ㆍ인권 특별보고관은 9일 ‘CIA 고문 보고서’가 발표된 직후 성명을 발표, “미국은 국제법에 따라 고문에 책임 있는 CIA 및 정부 관리들을 기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보고서에서 드러난 정책들이 미국 정부 고위층의 승인을 받았다는 사실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것”이라며 “형사적 책임이 따라야 한다는 필요성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보고서 공개는 추인했으나, 2012년 ‘CIA 고문’ 사건 조사를 통해 관련자 기소는 불필요하다는 결론을 이미 내린 상태다. 따라서 유엔의 관련자 처벌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낮아, 향후 국제사회에서 인권문제를 주도할 명분을 잃게 됐다. 실제로 중국 외교부는 10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미국은 반성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미국의 인권개선 압박에 강력히 반발해 온 북한과 중국이 대대적 역공에 나설 것이 확실하다”며 “북한을 인권문제로 옥죄려던 미국의 행보에 차질이 예상된다”고 예상했다.

테러 집단에게 미국을 공격할 명분을 줬다는 측면에서 군사작전을 벌이고 있는 이라크ㆍ시리아 등 중동에서의 미국 입지도 크게 축소될 수 밖에 없다. 미국 정부도 테러 단체나 극렬 분자들의 보복 공격 가능성을 우려, 8일부터 전세계 주요 지역의 미국 시설이나 기지에 대한 경계태세를 한층 강화한 상태다. CIA에 협조한 사실이 드러난 영국과 폴란드 첩보기관도 궁지에 몰리는 형국이다. 마이크 로저스(공화ㆍ미시간) 미 하원 정보위원장은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CIA 고문 보고서가 국외에서 폭력과 죽음을 불러올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공화ㆍ민주당의 대립도 한층 격화될 전망이다. 의회를 장악하게 된 공화당은 이번 보고서 공개를 ‘상원을 잃어버린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의 역공’으로 받아 들이고 있다. 색스비 챔블리스(조지아) 의원 등 상원 정보위의 공화당 의원 6명은 100쪽짜리 반박 보고서를 내놓으며 강경 대응했다. 뉴욕타임스도 “CIA 고문 보고서는 민주ㆍ공화 양당의 대립 구도를 격화시켜, 국내외 여러 갈래에서 큰 논란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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