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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 보닛 속에서 '야옹'… 길고양이의 겨울나기

입력
2014.12.10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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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이 되면서 눈도 오고 바람도 매섭게 불면서 겨울이 온 것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사람도 춥지만 이 겨울을 무사히 보내야 하는 또 다른 생명들이 있습니다. 바로 동물들인데요, 그 중에서도 오갈 데 없는 길고양이들에게 겨울은 가장 혹독한 계절이라고 합니다.

이맘때쯤 동물보호단체에 가장 문의가 많이 오는 것도 바로 길고양입니다. ‘추운 겨울에 길고양이들을 위해 어떤 것을 해줄 수 있을까’라는 정보를 묻는 이들도 있지만 ‘자동차 엔진 룸에서 고양이 소리가 나는 데 어떻게 해야되는지’ 등 위급한 상황에서 도움을 청하는 경우도 많다고 하는데요.

얼마 전 한 동물단체에도 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한참을 달렸는데 어딘가에서 계속 고양이 소리가 났다는 겁니다. 차를 주차하고 보닛을 열었는데 소리는 계속 나지만 숨어있어서 고양이의 모습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다행히도 벨트에 끼거나 하는 사고까진 일어나지 않았는데요. 이럴 때는 고양이가 스스로 알아서 나오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데 그래도 나오지 않으면 카센터에 가서 엔진룸 속 부품을 분해하기도 하고 사료로 유인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추운 겨울을 나야 하는 길 고양이가 땅 위에 올려진 짐 위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추운 겨울을 나야 하는 길 고양이가 땅 위에 올려진 짐 위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수년째 겨울을 지내본 길고양이들보다 가정집에서 살다 길을 잃은 유기묘나 고양이새끼들에게 겨울은 더 가혹합니다. 길고양이를 돌보는 사람 ‘캣맘’ 활동을 하던 A씨는 최근 고양이가 조금이라도 따뜻하게 겨울을 보내라고 만들어 놓은 스티로폼 안에서 한 유기묘가 동사한 것을 발견해 동물자유연대에 소식을 알려왔는데요. 특히 겨울을 처음 나는 유기묘나 새끼 고양이들은 먹이를 구하거나 몸을 따뜻하게 보낼 요령이 없어 동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길고양이들에게 겨울이 더욱 힘든 것은 음식을 구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평소보다 열량이 더 필요한데 구할 음식은 더 부족하고, 또 마셔야 할 물도 얼어버리기 때문에 수분섭취도 힘듭니다. 더욱이 고양이 감기라고 불리는 허피스, 전염성 장염인 범백 등이 걸리기 쉬운데 또 전염성도 높아 겨울철 길고양이의 사망률을 높이고 있습니다.

추위를 피하기 위해 길고양이들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지하주차장이나 온기가 남아있는 차 엔진룸, 차 밑으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문제는 운전자가 모르고 차를 몰고 갈 경우 끔찍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때문에 이런 사고를 예방하려면 운전자들이 시동을 걸기 전 인기척을 내거나 보닛을 두드리거나 타이어 사이를 확인하고, 차 문을 세게 닫아 고양이가 차밖으로 나가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동물단체들이 조언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길고양이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작은 방법들을 소개합니다. 먼저 스티로폼박스에 구멍을 작게 내고 눈에 잘 띄지 않는 데 놓아두면 길고양이들이 겨울을 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바닥의 냉기가 올라오지 않게 지면에서 떨어지게 하면 더욱 좋은데요. 하지만 그런 장소가 많지 않기 때문에 나뭇잎이나 풀을 붙여 위장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네요.

추운 겨울을 나야 하는 길고양이가 눈 위에 앉아 있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추운 겨울을 나야 하는 길고양이가 눈 위에 앉아 있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물을 줄 때는 미지근한 물에 설탕을 좀 섞으면 어는 속도가 늦어진다고 합니다. 물그릇도 스티로폼 안에 넣어주면 온기가 더 오래간다고 합니다. 사료 역시 얼지 않는 건사료가 좋고 평소보다 양을 좀 늘리는 게 좋다고 하네요.

11일 오후 서울 행당동 동물자유연대에서는 30여명이 모여서 길고양이들의 집을 지어주는 행사를 열 예정입니다. 바닥재로는 습기를 흡수하는 담요나 수건 대신 볏짚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올 겨울 따뜻한 손길이 더해지면서 많은 길고양이들이 무사히 겨울을 나기를 기원합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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