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아이돌들이 역사적으로 금기시되는 상징을 의상에 포함하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걸그룹 프리츠는 신곡 '솔아솔아' 공연 무대에서 검은 셔츠에 붉은 완장을 착용했다. 이 복장이 '나치 코스튬 플레이'라는 소셜 미디어 이용자들의 지적이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넷판을 통해 기사화하면서 집중 공격을 받았다. 소속 기획사 팬더그램은 “신곡 ‘솔아솔아’는 민중가요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에서 메시지를 딴 노래”라며 “완장 역시 파시즘에 대한 비판적 패러디로 이해해 달라”고 했다.
‘힙합 아이돌’ 블락비의 멤버 지코는 솔로 데뷔곡 ‘터프 쿠키’의 뮤직비디오에서 미국 남북전쟁 당시 남부연합군기가 붙어 있는 재킷을 입었다는 지적을 받았다. 소속사 세븐시즌스 측은 “의미를 알고 의도적으로 사용한 것은 아니다”라며 “잘못된 상징 사용으로 인한 비판은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논란에 대응하는 소속사의 태도는 달랐지만 사건의 원인은 비슷하다. 프리츠와 블락비는 한국에서 유행하는 기존 아이돌 음악에서 벗어나려 시도하고 있다. 이들은 대중에게 덜 친숙한 해외의 음악을 참고해 자신의 정체성을 만들고 틈새시장을 선점하려 했다.
프리츠는 일본의 스타더스트 프로덕션 소속 아이돌 그룹인 모모이로클로버Z나 시리쓰에비스추가쿠(사립 에비스 중학)를 연상시킨다. ‘고딕 로리타’ 스타일 치마를 입고 노래 도중 캐치프레이즈를 외친다거나 언더그라운드 음악에 맞춰 격렬한 안무를 선보이는 모습이 비슷하다. 프리츠의 기획자들은 나치즘에 관한 표현을 금기시하지 않는 일본의 하위 문화 코드를 수용하는 과정에서 완장 역시 아이템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지코도 비슷하다. 소속사 관계자는 “코디네이터가 음악의 분위기에 어울리는 의상을 찾는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다”고 말했다. 힙합의 고향인 미국풍의 장식이 달린 의상을 찾다가 남부연합군기의 의미를 정확하게 알지 못한 채 입게 됐다는 것이다. 사실과 달랐기에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블락비의 팬들이 “지코가 미국의 힙합 아티스트 카니예 웨스트를 참고한 것”이라고 주장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한국의 아이돌이 해외 아티스트의 스타일을 모방하는 것 자체를 잘못이라 할 수는 없다. 이미 한국에서 성공한 스타일을 좇는 것보다 오히려 더 도전적이다. 하지만 기왕 해외의 문화적 상징을 차용하기로 했다면 오리지널을 무비판적으로 갖다 쓰기보다 새로운 가치가 있는 좋은 번안작품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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