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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의 발자국' 희미해진 광화문 광장

입력
2014.12.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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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희미해진 관심의 발자국들. 광화문 광장을 지나는 행인들의 모습을 저속 셔터로 촬영한 후, 150장의 사진을 밝은 색상 위주로 레이어 합성해 보았다.
어느새 희미해진 관심의 발자국들. 광화문 광장을 지나는 행인들의 모습을 저속 셔터로 촬영한 후, 150장의 사진을 밝은 색상 위주로 레이어 합성해 보았다.

9일 아침 찬 공기가 내려 앉은 서울 광화문 광장. 초록색 신호가 들어오자 대기하던 사람들이 일제히 발을 내디뎠다. 잔뜩 움츠린 출근 행렬은 순식간에 광장을 지나 다시 길 건너로 총총히 사라졌다. 광장에 세워진 사랑의 온도탑이나 세월호 천막에 잠깐이나마 눈길을 주는 이는 거의 없다. 차량이 오가고 1분 만에 또 다시 텅 비어버린 광장. 선득한 느낌마저 드는 무표정한 행렬은 이렇게 하루 종일 이어졌다.

잊혀짐이 두려워지는 시간입니다.

한 여름 어느 날이었다. 광장에 천막을 치고 들어 앉을 때만해도 사흘이면 끝날 줄 알았다. 그래서인지 세월호 가족들의 천막엔‘농성000일째’라는 간단한 표시도 없다. 그 후 계절이 두 번 바뀌어 오늘로 150일째. 그들은 그 자리에 그대로 존재하고, 사람들은 각자의 길을 찾아가기 바쁘다.

한 때 뜨거운 관심도 받았다. 바로 그 자리에서 교황이 내민 손을 잡았고 위로와 응원도 이어졌다. 한 편으론 입에 담기 힘든 욕지거리와 협박, 손가락질도 끊이지 않았다. 목숨 건 단식마저 조롱을 당했지만 피해 보상을 둘러싼 오해와 비난에 비하면 그나마 참을 만 했다. 광장에 찬바람이 일면서 관심도 발걸음도 잦아드는 느낌이다. 촛불 문화제를 열던 메인 장소도 한 달 전, 사랑의 온도탑에 양보했다.

오후가 되면서 눈에 잘 안 띄던 노란 리본이 쪽 볕을 받아 빛났다. 애틋함도 잠시, 검고 긴 그림자가 다시 천막을 뒤덮기 시작했다. 밤 늦게까지 이어진 바쁜 행렬 뒤로 노란 리본은 화석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광장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었고 행인들의 발자국만 흔적으로 남았다.

각자의 길을 찾아 광화문 사거리를 건너는 사람들.
각자의 길을 찾아 광화문 사거리를 건너는 사람들.
추워진 날씨 탓에 어두운 옷차림으로 길을 건너는 사람들
추워진 날씨 탓에 어두운 옷차림으로 길을 건너는 사람들

잊혀짐이 두려워지는 시간입니다.
잊혀짐이 두려워지는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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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부 기획팀=박서강기자 pindropper@hk.co.kr

류효진기자 jsknight@hk.co.kr

한주형 인턴기자(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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