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아침 찬 공기가 내려 앉은 서울 광화문 광장. 초록색 신호가 들어오자 대기하던 사람들이 일제히 발을 내디뎠다. 잔뜩 움츠린 출근 행렬은 순식간에 광장을 지나 다시 길 건너로 총총히 사라졌다. 광장에 세워진 사랑의 온도탑이나 세월호 천막에 잠깐이나마 눈길을 주는 이는 거의 없다. 차량이 오가고 1분 만에 또 다시 텅 비어버린 광장. 선득한 느낌마저 드는 무표정한 행렬은 이렇게 하루 종일 이어졌다.
잊혀짐이 두려워지는 시간입니다.
한 여름 어느 날이었다. 광장에 천막을 치고 들어 앉을 때만해도 사흘이면 끝날 줄 알았다. 그래서인지 세월호 가족들의 천막엔‘농성000일째’라는 간단한 표시도 없다. 그 후 계절이 두 번 바뀌어 오늘로 150일째. 그들은 그 자리에 그대로 존재하고, 사람들은 각자의 길을 찾아가기 바쁘다.
한 때 뜨거운 관심도 받았다. 바로 그 자리에서 교황이 내민 손을 잡았고 위로와 응원도 이어졌다. 한 편으론 입에 담기 힘든 욕지거리와 협박, 손가락질도 끊이지 않았다. 목숨 건 단식마저 조롱을 당했지만 피해 보상을 둘러싼 오해와 비난에 비하면 그나마 참을 만 했다. 광장에 찬바람이 일면서 관심도 발걸음도 잦아드는 느낌이다. 촛불 문화제를 열던 메인 장소도 한 달 전, 사랑의 온도탑에 양보했다.
오후가 되면서 눈에 잘 안 띄던 노란 리본이 쪽 볕을 받아 빛났다. 애틋함도 잠시, 검고 긴 그림자가 다시 천막을 뒤덮기 시작했다. 밤 늦게까지 이어진 바쁜 행렬 뒤로 노란 리본은 화석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광장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었고 행인들의 발자국만 흔적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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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부 기획팀=박서강기자 pindropper@hk.co.kr
류효진기자 jsknight@hk.co.kr
한주형 인턴기자(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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