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의 질 따라 인사고과 직결… 서로 주고받으며 관계 돈독 필수
청와대에서 생산된 문건이 7일 한화그룹 대관담당 직원에게까지 유출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경찰과 기업간 은밀한 정보 거래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한화 직원이 경찰로부터 수개월동안 정보를 전달받았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경찰 등 기관과 기업의 정보맨들은 ‘공생 관계’를 생각하면 “사기업이 청와대 보고서를 손에 쥐는 것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한다.
기업에서는 대관ㆍ홍보 업무를 맡은 직원들이 정보수집에 열을 올린다. 정보의 가치가 기업의 존망을 좌우하는 현실에서 어떤 정보라도 수집해야 기업활동이나 총수에게 닥칠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어서다. 청와대는 정윤회 문건을 “시중의 근거 없는 풍설을 모은 찌라시(사설 정보지)”로 폄하했으나, 팩트와 소문의 경계가 불분명한 이런 찌라시가 파괴력을 갖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한 금융권 대관업무 관계자는 “금융권의 경우 개인 비리 외에 사정당국에 빚질 거리가 별로 없지만, 언제 닥칠지 모르는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을’의 처지를 감수하고 정보수집에 매달리게 된다”고 말했다.
그 중에서도 기업이 공을 들이는 정보조직은 경찰청과 서울경찰청의 정보분실이다. 다른 정보기관에 비해 비교적 접촉이 자유롭고, 일선 경찰서와 달리 자체 정보 생산활동을 수행해 고급 정보 취득에 이점이 있어서다. 검찰은 한화 쪽에 흘러간 정윤회 문건 역시 서울청 정보1분실을 유출 진원지로 가닥을 잡은 상태다.
경찰청은 이른바 한남동팀으로 불리는 정보분실을 운영하고 있다. 정보분실은 공식 직제상 정보국 산하 계 단위로 1분실(경제), 2분실(노동ㆍ정치), 3분실(언론)로 나뉘어 35~40명의 인원이 활동한다. 주로 국회와 정치권의 고급 정책 정보가 보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서울청 정보분실은 규모는 100명 정도로 훨씬 크지만 본청에 비해 업무 경계가 느슨한 편이라고 한다.
기업들은 경찰은 물론 검찰, 국가정보원 등의 직원들로부터 정보를 얻어 주고받거나, 경찰들 역시 기업으로부터 정보 수집 활동을 벌이다 정보를 흘려주며 거래를 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경찰청 정보국 관계자는 “고정된 정보 출처가 있는 경찰청 분실과 달리 서울청은 ‘먼저 올리는 사람이 임자’라는 인식이 팽배해 경쟁이 심하다 보니 이번처럼 무리수를 두게 되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A급으로 분류된 보고서는 간혹 청와대로 올라가는 경우도 있을 만큼 정보의 질이 인사고과로 직결되기 때문에 분실 직원들도 기업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필수라는 얘기다.
S그룹 기획실 직원은 “정보 분야는 한 번 신뢰를 쌓게 되면 평생 정보원으로 남게 된다. 인맥이나 노하우도 인계하지 않는다”며 “여론의 흐름을 돌리려 얼마든지 역정보나 왜곡된 정보를 유통시키는 일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특히 청와대발 문건이 유입된 한화그룹은 경찰과 끈끈한 유대관계를 지속해 온 대표 기업으로 알려졌다. 한화는 2008년 김승연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 당시 고문으로 영입한 최기문 전 경찰청장이 수사 청탁을 하다 물의를 빚었고, 2012년 김 회장이 배임 혐의로 재판을 받을 때에도 경찰 출신 인맥을 통해 다방면으로 자문을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일선서 정보관은 “서울청 정보2분실이 한화 본사 건물에 입주한 것도 우연은 아니다”고 말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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