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단녀 새로 일하기' 6년… 여성고용률 제자리

법 제정 이후 겨우 0.1%P 증가 40대 중고령자 이용률 높고

구직·구인 일자리 미스매칭 등 30대 경단녀 취업지원 실효성 없어

여성의 경력단절을 막아 경제적 자립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경력단절여성 등의 경제활동촉진법’(이하 경단법)이 제정된 지 6년이 지났지만, 여성 고용률은 제자리걸음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단법 시행에 따라 정부는 2009년부터 여성 취업을 지원하는 ‘새로일하기센터’를 전국에 140여개소 만들었지만 경력단절이 발생하는 30대 여성보다는 40대 이상 중고령자의 이용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 입법취지에 맞게 운영되도록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9일 한국법제연구원의 ‘경력단절여성등의 경제활동촉진법에 대한 사후적 입법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 고용률은 경단법이 제정된 2008년 48.7%에서 2013년 48.8%로 불과 0.1%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독일(4.8%포인트), 일본(1.2%포인트), 오스트리아(2.9%포인트)등의 여성고용률이 증가한 것에 비해 저조한 실적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경단법에 따라 운영된 새로일하기센터를 통해 2009~2013년 취업지원 서비스를 제공받은 여성 88만5,000명 중 51만7,000명이 취업에 성공했지만 취업한 여성 가운데 67.1%(2012년 기준)는 1년 이내 퇴사해 또다시 경력 단절을 경험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취업하지 않은 여성 중 경력단절여성은 30대가 70.1%로 가장 높지만 새일센터를 통해 취업한 연령은 40대 이상이 73%에 달할 정도로 입법취지와 다르게 운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20대 여성고용률은 남성과 비슷한 수준으로 높지만 30대 출산육아기를 거치며 급격히 하락한 후 육아기가 끝나는 30대 후반부터 상승하는 ‘M자형’ 특징을 가졌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30대 여성에 대한 취업 지원 서비스가 집중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새일센터를 이용하는 구직자는 전문직(23%), 사무직(22%)을 선호하지만 구인기업은 단순노무종사자(20%)를 원해 일자리 미스매칭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육아와 일을 병행해야 하는 여성은 전일제보다 유연 근무제를 선호하지만 지난해 새일센터를 통해 재취업한 여성 중 최저임금 130% 이상의 정규직 시간제 일자리를 얻은 경우는 5.3%에 불과했다. 취업한 일자리의 질도 낮아, 새일센터를 통해 취업한 여성의 77%는 월 130만원 미만의 저임금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권순현 한국법제연구원 초청연구원은 “법률에서 경력단절여성을 취업희망자로 정의하고 있지만 자발적 실업자로 간주돼 비경제활동인구에 속해있으면서도 내심 경력을 유지하려는 여성들도 대상에 포함시켜 구직자 특성별로 수요가 반영되도록 정책 목표를 재정립해야 한다”며 “취업성과를 평가하기 위해 새일센터의 구인ㆍ구직ㆍ취업 성과를 빅데이터로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