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서청원 등 일제히 나서 "野, 검찰 수사 중인데 또 고발"
일각선 "대통령 말 한마디에 청와대 엄호 이중대 역할" 비판
새누리당 지도부가 8일‘정윤회 동향’ 문건 공개로 촉발된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에 대해 그간의 소극적 대응에서 벗어나 일제히 반격에 나섰다. 전날 청와대 오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터무니 없는 주장에 흔들리지 말고 여당이 중심을 잘 잡아달라”고 당부하자마자 ‘야당 때리기’공세 모드로 전격 탈바꿈한 것이어서 당이 청와대의 이중대냐는 쓴소리가 나온다.
김무성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이 사건을 야당에서 다시 또 검찰에 고발하는 것은 사안의 진실을 밝히려는 것보다는 이 일을 이용해 여권을 뒤흔들려는 의도로 볼 수 밖에 없어 너무 과하다”고 비판했다. 이완구 원내대표도 야당의 검찰 고발에 대해 “도를 넘었다”며 “야당의 냉정한 이성과 합리적 자세를 촉구한다”고 거들었다.
친박계 맏형격인 서청원 최고위원도 이번 파문이 발생한 후 처음 입을 열었다. 서 최고위원은 “정치권에서 풀 문제는 정치권에서 풀었지 검찰이 수사 중인 사건을 고발하는 행위는 일찍이 없었다”며 “야당 지도부는 이런 점을 심사숙고해야 한다. 오래 정치를 하면서 참 아쉽다”고 했다. 서 최고위원은 그러면서 “실체적 진실이 없는 사건을 고발하는 행위는 앞으로 대한민국 정치의 전망이 어둡다”고도 언급했다.
김영우 수석대변인도 한 라디오에 출연, 전날 박 대통령의 ‘찌라시’ 언급이 검찰 수사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 “(박 대통령의 언급은) 의혹 부풀리기는 안 된다는 기본적인 신념, 베이스라인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지도부의 청와대 엄호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여권 내 권력암투 정황에다 청와대의 잇단 인사 파행의 문제가 속속 드러나면서 이번 파문이 확산된 점을 외면한 채 야당의 ‘고발’만 꼬투리 잡고 나섰기 때문이다. 달은 보지 않고 손가락에만 시비를 거는 격이어서 당내에서도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얘기가 나온다. 정씨 동향 문건 공개 이후 열흘 동안 방향을 잡지 못하던 지도부가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총출동한 모양새도 뒷말을 낳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김 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만약 잘못된 것이 있다면 당에서 청와대에 반드시 시정을 요구하겠다”며 체면치레성 목소리도 냈다.
한편 비박계 맏형격인 이재오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중국 전한 시대 회남왕(淮南王) 유안의 저서 ‘회남자’에 나오는 '以天下之目視 以天下之耳聽'(임금은 자신의 눈과 귀를 믿지 않고 다른 사람의 눈과 귀를 믿는다)는 구절을 올렸다. 이를 두고 박 대통령을 우회적으로 겨냥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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