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곡·무대 장치 없이 원곡 그대로 연주...단선율만으로 1시간 밀도 높은 소리
"노래하는 사람처럼 악기로 호흡할 뿐"
“소리에만 집중할 수 있게 가사 자막도 안 띄워요. 객석에 간단한 인쇄물을 미리 나눠주는 정도죠.”
비올리스트 이한나(28ㆍ한국예술종합학교 영재원 강사)씨가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 전곡 24곡을 들려준다. 18일 오후8시 금호아트홀에서다. 해마다 이맘때면 빠지지 않는 단골 메뉴지만 올해는 좀 독특하다. “편곡은 안 했어요. 무대 장치도 배제하죠.”
예술가곡의 정신을 다치고 싶지 않다는 뜻이고 텍스트를 존중한다는 의미이며 단순함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겠다는 바람이다. 당연히 음악적 손질을 최소화했다. 1~3 묶음으로 전체 24곡을 의미 단위로 나눠 번역문을 먼저 전달한다. 그래서 배우(이정수)가 연주 전에 나와 낭송을 한다. 무대에서 그의 악기는 사람의 목이다. “화음 연주 등 다양한 기교가 가능한 비올라의 가능성을 최소화해 단선율만으로 1시간 넘게 연주하는 것이 약간 압박으로 다가왔죠. 노래하는 사람처럼 악기를 통해 호흡하는 수밖에요.”
짧은 독일어 실력이지만 독어사전을 뒤지며 가사를 곱씹었다. “단조로울뿐더러 반복도 잦은 반주의 깊은 맛을 흡수하기 위한 방법이었죠.” 2004~2008년 미국 커티스 음대에서 함께 공부한 피아니스트 이관규(래드퍼드대 교수)에게 기대는 바가 크다.
다만 명기에 대한 욕망은 없다. 2006년 미국에서 구입한 현재의 비올라는 “밀도 높은 소리를 낸다.” 그것으로 족하다. 그는 앞으로 진행할 콘서트에서도 ‘겨울 나그네’의 고독하고 슬픈 이야기를 앙코르의 형식으로 일부씩 선사할 예정이다.
장병욱 선임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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