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하게 닦인 유리창 너머로 짧은 겨울 햇살이 교실 안에 너울거린다. 책상 위에 놓인 꽃과 편지들은 수업에 집중하듯 칠판을 향해 가지런히 자리 잡았다. ‘너무 보고 싶어, 사랑해, 미안해, 꼭 돌아와, 우리 반 이제 다 모였네…’. 칠판에는 수학공식 대신 절절한 그리움이 담긴 글이 빼곡하다. 지난 4월 16일,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그대로 보존 되어 있는 경기 안산 단원고 2학년 교실 풍경이다. 희생자 가족과 생존학생들은 책걸상과 유품, 추모 글귀로 가득한 2학년 교실 10개 반을 친구들이 졸업하는 내년까지 유지되기를 희망 하고 있다. 이곳을 찾은 한 방문자가 말한다. “가슴 먹먹한 이 교실을 나랏일 맡은 공직자 임명식장으로 이용합시다. 이런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는 일이 없도록 하자는 상징으로 말입니다. 잊지 말고 가슴에 깊게 새겨야죠”
선임기자s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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