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여수시의회가 여순사건 민간인 희생자 위령사업 지원을 위한 조례 제정을 추진하자 지역 보수단체들이 진상규명과 관련법 미비 등을 주장하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이번 조례를 둘러싸고 자칫 지역에서 좌우 이념갈등으로까지 번질 조짐을 보여 논란이 확산될 전망이다.
8일 여수시의회에 따르면 서완석 등 14명의 의원은 지난달 7일 여수시 여순사건 민간인 희생자 위령사업 지원 등에 관한 조례안을 발의했다. 제정 목적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 등 국가기관의 진상조사와 사법적 판단을 통해 확인된 여순사건 민간인 희생자를 추모하는데 있다.
특히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여순사건 관련해 불법적으로 학살된 민간인 희생자와 일부 군경에 대해 국가 및 지방정부에 내린 평화공원 조성 및 화해 권고 조치가 이행되지 않고 있어 의회가 지원에 나선 것이다. 조례는 ▦평화공원 조성사업 ▦여순사건 민간인 희생자와 일부 군경에 관련된 자료의 발굴 및 수집, 간행물 발간 ▦평화인권을 위한 제반 교육사업 등을 담고 있다.
조례안을 대표 발의한 서완석 의원은 “여순사건 특별법 제정에 미적거리고 있는 정부만 바라보고 있을 수 없어 직접 나서게 됐다”며 “사법적 판단이 내려지거나 정부 차원의 지원 결정과 권고가 이뤄진 부분에 대해서는 여수시 차원의 제도적 지원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앞서 여수지역 국회의원과 광역·기초의원, 학계·경제계, 교육·사회단체 등 평화를 사랑하는 시민 72명으로 구성된 가칭 여수현대사평화공원 추진위원회도 화해와 상생을 위한 여수현대사평화공원을 추진 중이다.
이에 여수지역 보훈안보단체협의회는 일부 의원 등의 일방적 추진이라며 조례 제정과 평화공원 조성에 대해 강력히 반대했다. 안보협의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여순사건은 좌익군인들에 의한 군사 반란사건”이라며 “일부 지역 사회의 진보단체들을 중심으로 애국운동이나 봉기, 항쟁 등으로 찬양 미화하는 망국적인 역사왜곡이 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여순사건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에 아직 계류 중이고 제대로 된 진상규명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며 “시민적 합의와 진상규명이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여수시의회 기획자치위원회에 상정된 여순사건 민간인 희생자 위령사업 지원 등에 관한 조례는 이날 심의에 착수했으나 지역갈등 우려 등으로 심사 유보됐다.
하태민기자 ham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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