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학년들 평균 수면 6시간 43분, 권장시간보다 2시간 이상 부족
10명 중 9명이 사교육에 시달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의 ‘어린이연구원’들이 8일 발표한 ‘공부 때문에 행복하지 않은 우리들’보고서에 실린 한 초등학생의 생활계획표. 방과 후 영어ㆍ수학학원에 다녀오는 이 학생의 하루 취침시간(오전2시 30분~7시)은 4시간 30분에 불과하다.
초등학생 고학년 10명 중 9명은 사교육을 받고, 하루에 7시간도 자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권장 수면시간보다 2시간 이상 적은 것으로, 공부 때문에 밤을 새웠다는 학생도 있었다. 교육 광풍에 초등학생의 건강이 크게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8일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따르면 이 재단이 6일 개최한 ‘대한민국 아동을 말한다’ 최종 연구보고회에서 서울 계성초 5학년 김광현군 등 5명은 ‘공부 때문에 행복하지 않은 우리들’ 주제로 이런 내용을 발표했다.
이들이 서울과 충북 충주지역 초등학생 5, 6학년 11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92.7%가 사교육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공부하는 시간은 일주일에 학교 수업(30시간 48분)을 포함, 평균 42시간 12분에 달했다.
학생들의 평균 수면시간은 6시간 43분으로 대한수면연구학회의 어린이 권장 수면시간 9~10시간보다 2시간 이상 짧았다. 조사대상 학생 3명 중 1명꼴(32.7%)로 수면시간이 짧다고 답했다. 이는 중고생의 수면시간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서울시가 올해 10월말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서울지역 중고생 주중 평균 수면시간은 6시간 18분이었다.
특히 강남지역의 한 6학년 초등학생은 “사교육 때문에 오전 2시 30분이 돼야 잠자리에 든다”고 밝혔다. 이 학생의 일과표는 오후 3시 하교 후 6시까지 영어학원, 10시까지 수학학원, 익일 오전 2시 30분까지 학원 숙제ㆍ피아노ㆍ한자ㆍ중국어 공부 등으로 빡빡하게 짜여 있었다. 이 학생은 “우리 동네 아이들의 평균 취침시간은 오전 1시”라며 “그 많은 숙제들을 다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공부를 위해 ○○까지 해봤다’는 질문에 학생들은 ▦3시간만 자기 ▦아예 잠을 안 자기 ▦학원에서 하루 보내기 ▦지하철에서 공부하기 ▦카페인 음료 마시기 등 중고생과 별반 다를 바 없는 대답을 내놨다.
김군 등은 “요즘 대한민국 어린이들은 학습에만 치중하다 보니 휴식이 부족해 행복하지 않다고 느낀다고 답했다”면서 “시험 횟수를 줄이고 학교나 부모의 강압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경시대회에 나가도록 하는 등 학습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태 조사 결과에 대해 전문가들은 매우 수면 시간이 적은 편이라면서 어린 아이들이 잠이라도 충분히 잘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석훈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잠을 줄여 교육을 하는 분위기는 아이들을 그저 집중하게 하는 척 하게 만든다”면서 “오히려 충분히 자고 집중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성장기 학생들에게는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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