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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레임덕 징후

입력
2014.12.08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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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임 대통령제 이후 우리 정치사를 보면 대통령이 레임덕을 맞이하는 시기는 정권마다 다소 다르지만 일정한 패턴을 어렴풋이 발견할 수 있다. 레임덕 시기가 조금씩 앞당겨져 왔다는 점이다. 5년 단임제의 운명이기도 하고, 대통령의 권한이 점점 약화하는 추세 탓도 있다. 문제는 속도가 빠르다는 것이다. 정권 말기의 레임덕이야 불가항력이라 하더라도 너무 일찍 시작되면 남은 임기의 국정운영이 어려워진다. 이 때문에 미국처럼 중임제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있으나 헌법개정 사항이라 그리 쉽지는 않다.

▦ 정치 전문가들에 따르면 레임덕은 통상 대통령의 친인척과 측근들의 국정농단이나 권력투쟁이 불거졌을 때부터 시작된다. 이때 야당의 공세가 강해지고 국민이 정권에 염증을 느끼며 등을 돌린다. 결국 정권은 정책을 집행할 동력을 잃게 된다. 전두환 정권은 임기만료 6개월 전쯤 레임덕을 맞았다. 노태우 후보 쪽으로 힘이 쏠리면서부터다. 하지만 노 정권은 임기만료 1년 전쯤 레임덕이 시작됐고, 김대중 정권은 임기만료 2년 전 레임덕이 왔다는 분석이다. 노무현 이명박 정권도 유사한 길을 걸었다.

▦ 박근혜 정권에서는 더 빨라지는 것 아닌가 싶다. 임기가 3년이나 남았는데도 징후가 심상치 않다. 박지원 설훈 등 야당 의원들이 레임덕을 부추기는 측면도 없지 않다. 하지만 정윤회와 ‘청와대 3인방’이 문제의 핵심이다. 특히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과 장경욱 전 기무사령관,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이번 정권에서 주요 공직을 맡았던 인물들까지 폭로전에 가세, 심각성을 더한다. 읍참마속(泣斬馬謖)의 획기적인 대책이 나와야 사태수습이 가능하겠지만 대통령은 요지부동이다.

▦ “견디기 힘들 만큼 괴로운 순간, 사면초가에 빠졌을 때, 우리 자신이나 가족, 심지어 국가의 존망이 위태로운 상황에 처했을 때, 우리는 문제를 솔직하고 정직하게 다뤄야 한다. 진실을 반쯤 말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 모든 상황에서 ‘포장은 절대 안 된다’라는 말을 기억하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선거 캠프 보좌관을 거쳐 미국 정부의 ‘종교ㆍ이웃 협력국’ 책임자를 지냈던 조슈아 뒤부아의 저서 ‘대통령의 묵상’에 나오는 얘기다. 대통령과 측근들에게 참고가 될만하다.

조재우 논설위원 josus6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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