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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교책판 유네스코 기록유산 등재 전망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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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교책판 유네스코 기록유산 등재 전망 밝다"

입력
2014.12.0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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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흥원 설립 20주년 새해는 한국국학진흥 재도약의 해로"

"고서·고문서 수집·정리 독보적 불구 활용 제한적… 생명력 배가시킬 것"

이용두 한국국학진흥원장
이용두 한국국학진흥원장

이용두(63) 전 대구대총장이 한국국학진흥원장이 된 지도 두 달이 지났다. 공학박사에 IT전문가인 그가 우리나라 국학진흥의 수장이 됐다고 했을 때의 충격과 우려를 숨긴 채 태연한 척 만나본 이 원장은 이미 국학에 푹 빠져있었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지 못하고 있는 진흥원의 현실은 부임 첫 날부터 눈에 거슬렸다고 한다. 구닥다리 컴퓨터로 애써 수집하고 정리한 자료에조차 접근하지 못한 이 원장은 21세기 정보통신의 힘으로 19세기 유학의 진정한 정신을 국민 생활 속에 전파할 목표도 세웠다. 이 원장으로부터 한국국학진흥원의 미래를 들어본다.

_국학과 IT전문가는 뭔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2개월이 넘었는데.

“원장 제의에 나도 반대했으니 세간의 우려는 당연하다. 연구기관이자 진흥기관인 진흥원의 원장은 조직을 관리하고 기관운영을 책임지는 사람이다. 종합 학문영역을 연구하고 교육하는 대학 총장의 경험이 다소 도움이 되고 있다. 다행한 것은 국학자료의 관리와 연구에 IT가 기여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고서와 고문서, 목판 등 조상의 소중한 기록자료를 수집, 정리하고 있는 진흥원이 독보적인 실적을 쌓았으나 디지털 데이터베이스 구축에는 많이 미흡했다. 현대사회에서는 전통문화도 정보화작업과 연결될 때 생명력이 배가되는 법이다.”

_최근 종가포럼과 경북정체성포럼, 점필재학술대회 등 진흥원의 행사가 줄을 잇고 있다. 8일에는 기탁문중특별전도 예정돼 있다. 특별히 주목하는 분야는.

“진흥원은 ‘전통을 이어 미래를 열어가는 국학의 진흥’이라는 기치 아래 국민들에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정신적 좌표를 제시한다는 목표로 일하고 있다. 출발점이 되는 자료 조사와 수집, 세미나와 포럼 개최, 유물 전시와 연수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특정 분야 보다는 현대사회와 현대인의 삶에 맞도록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국학의 디지털 및 정보화를 주장하는 배경이다.”

_진흥원 내 국학자료가 40여 만점이나 된다. 어떤 자료들인가.

“선조들의 생활 속에서 나온 고서와 고문서, 책판 등 이른바 기록자료다. 대부분 조선시대 제작됐고, 안동 등 경북 북부지역에서 절반 이상 만들어졌다. 선비문화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 자료의 생산 주체는 문중과 서원 등 민간이라는 특징이 있다. 진흥원에는 일기와 통문, 간찰, 매매문서 등 생활 속에서 생산된 자료가 많다는 점이 타 기관과 차별화된다. 설립 초기부터 원소장자의 자료 소유권은 인정하고, 관리와 활용 권한만 위임받는 기탁 방식으로 자료를 수집했더니 문중과 개인의 호응이 컸다. 지난달 말 현재 41만점이 넘는 자료를 보유, 국내 기록유산 소장기관 중 으뜸이다.”

_이중 유교책판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 추진한다고 들었다.

“책판은 책을 인쇄하기 위해 제작된 목판이다. 진흥원에는 조선시대 인쇄문화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유교책판 6만5,000여 장이 있다. 경남 합천 해인사의 팔만대장경이 우리 불교문화를 대표한다면 진흥원의 유교책판은 한국의 유교문화를 대표한다고 자부한다. 책판은 단순히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파생물이 아니다. 역사 속 지식계층 문화의 최종 결집체이며 확산을 위한 매개체다. 이에 따라 진흥원 소장 책판 중 718종 6만4,226장에 대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올해 2월에 국내 후보로 선정된 유교책판은 내년 6월쯤 독일서 열리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국제자문회의 심사를 거쳐 결정된다.”

_한국 유교책판 만의 특징이 있나.

“같은 목판인쇄 문화권인 중국과 일본과는 다른 독특한 성격을 갖고 있다. 한 지역사회나 문중, 서원이 집단적으로 책의 인쇄에 관여하고, 그 결과로 만들어진 집단지성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_진흥원 운영에 애로사항이라면.

“진흥원 사업이 지역 문중과 유림들과 밀접한 경우가 많아 매사에 조심스럽다. 진흥원은 소장 자료를 잘 보존관리해 후손들에게 안전하게 넘겨줘야 한다. 보존처리 시설과 전산화 시설 및 인력 확충 등이 선결과제다. 진흥원의 운영비는 경북도와 안동시, 사업비는 대부분 국비를 확보해 충당하고 있다. 예산 측면에서 보면 지자체와 진흥원이 균형을 이루지는 못하고 있다.”

_내년 역점사업은 무엇인가.

“30년 후를 내다본 작업을 ‘플러스 30년의 유학현대화 사업’으로 이름 붙이면 어떨까. 우선 유학과 사학, 철학, 문학, 교육학에 IT를 전공하는 학자까지 포괄하는 융복합학 연구 학회를 만들 생각이다. 이를 통해 전통적인 유교문화가 미래사회에 나갈 방향을 모색할 것이다. 또 국내 대학과 연계해 ‘현대화된 유학의 대학 교양교과목화’를 추진, 유학 실용화의 초석을 놓고 싶다. 국민들이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높은 수준의 정보화 기능을 갖추도록 하겠다.”

_내년이 한국국학진흥원 설립 20주년인데.

“자료를 기탁한 문중과 유림 어른, 관계 기관에 감사한다. 내년을 한국국학진흥을 위한 재도약의 해로 설정, 새롭게 출발한다는 심정으로 노력하겠다.”

전준호기자 jhjun@hk.co.kr

●약력

-계성고

-국립 한국항공대 공학박사

-미국 USC, UAH, BGSU 교환교수

-대구대 연구처장, 정보통신대학장

-대구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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