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40주년 록 밴드 AC/DC...멤버 수 줄고 노래 짧아졌지만
정체성 지키며 새 앨범·월드 투어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힘들 뿐이다. 데뷔 40주년을 맞은 호주의 록 밴드 AC/DC가 그렇다. 그들에게 2014년은 유독 힘든 해였다. 그룹 창단 멤버이자 리듬 기타리스트인 맬컴 영이 치매 치료를 위해 밴드를 탈퇴했고 최근엔 드러머 필 러드가 살해 협박과 마약 소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1980년 보컬리스트 본 스콧의 죽음 이후 가장 어려운 시기였을 것이다.
신작 ‘록 오 버스트’(Rock or Bust)는 AC/DC가 전작 ‘블랙 아이스’에 이어 6년 만에 발표한 것으로 열여섯 번째 정규 앨범이다. 맬컴 영이 빠진 상태에서 동생 앵거스 영이 프로듀서 브렌든 오브라이언과 완성한 앨범인데도 만듦새는 꽤나 말끔하고 이전과 거의 다를 바가 없다.
브라이언 존슨의 보컬과 앵거스 영의 기타가 중심을 지키고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앵거스와 맬컴이 함께 만들었던 데모 녹음을 바탕으로 새 멤버 스티비 영이 리듬 기타를 연주했기 때문이다. 스티비 영은 앵거스 형제의 조카로 1988년 맬컴이 알코올 의존증으로 잠시 밴드를 비웠을 때 투어에 대신 참여한 적이 있다. 앵거스는 “스티비는 맬컴과 거의 똑 같은 스타일로 연주한다”고 설명했다.
‘록 오 버스트’는 AC/DC가 지금껏 발표한 정규 앨범 중 가장 홀쭉하다. 11곡이 35분도 채 되기 전에 끝난다. 4분 넘는 곡은 하나도 없다. 전체적으로 조금 가볍다는 인상을 주긴 하지만 헐겁다거나 얄팍한 느낌은 아니다. 미국과 영국 평단도 대체로 긍정적인 평을 내리고 있고 팬들의 만족도도 무척 높은 편이다.
새 앨범은 특별히 튀는 곡 없이 전체적으로 ‘하이웨이 투 헬’처럼 단단한 리듬의 곡이 주를 이룬다. 간결하고 차분하면서도 박력이 넘치는 ‘갓 섬 로큰롤 선더’와 ‘하드 타임스’, 발랄하고 경쾌한 ‘플레이 볼’, 앵거스의 예리한 기타 연주가 빛을 발하는 ‘에미션 컨트롤’ 등이 특히 빛난다. 평균 60세 이상의 나이에 이처럼 전성기와 비슷한 혈기와 정체성을 유지하는 팀도 흔치 않을 것이다.
AC/DC는 맬컴 영과 필 러드가 빠진 상태로 데뷔 40주년을 기념하는 월드 투어를 내년 초 시작한다. 세계적으로 2억장 이상의 앨범 판매고를 기록한 이 전설적인 록 밴드는 아직 한 번도 한국에서 공연한 적이 없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AC/DC의 'Play Ball' 뮤직비디오
AC/DC의 'Rock Or Bust' 뮤직비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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