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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킬 수 없는 황산 테러, 왜 끊이질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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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킬 수 없는 황산 테러, 왜 끊이질 않나

입력
2014.12.0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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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 현장 단속 소홀 등 안전 불감증… 업체들, 법 어겨 가며 개인에 팔아

지난 5일 오후 5시 46분께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검 형사조정실에서 30대 피고소인이 검찰청 직원과 고소인 등이 함께한 자리에서 대화를 나누던 중 황산으로 추정되는 산성물질을 투척했다. 이 사고로 6명이 손과 발 등에 화상을 입었다. 연합뉴스
지난 5일 오후 5시 46분께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검 형사조정실에서 30대 피고소인이 검찰청 직원과 고소인 등이 함께한 자리에서 대화를 나누던 중 황산으로 추정되는 산성물질을 투척했다. 이 사고로 6명이 손과 발 등에 화상을 입었다. 연합뉴스

5일 수원지검 형사조정실에서 모 대학 서모(37) 교수가 미리 준비한 플라스틱 물병에 황산 추정 물질을 담아와 자신의 제자 강모씨에게 뿌렸다. 서 교수의 고소로 명예훼손 등 혐의에 대해 조사를 받던 강씨는 전신의 40%, 함께 있던 아버지(47)는 얼굴과 다리 등이 타 들어가는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서 교수는 7일 구속됐다.

‘황산 테러’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 날계란처럼 얼굴이 녹아내려 49일만에 사망한 1999년 대구 ‘김태완(당시 6세)군 테러’ 사건, 다섯 차례나 피부를 긁어내는 수술을 받고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2009년 경기 성남 ‘여직원 테러’ 사건 모두 황산에 의한 잔혹범죄였다. 강산성 액체 화합물인 황산은 10% 희석액만으로도 각종 후유증을 일으키는 위험천만한 독성물질이다. 하지만 물을 제외하고 가장 많이 제조될 정도로 흔하다 보니 ‘보복 범죄’에 악용돼 왔다.

그런데도 관리가 여전히 부실하다. 현행 유해화학물질관리법상 일반인이 적법하게 황산, 염산 등을 살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러나 당국의 안전 불감증 탓에 판매 현장에서 구매자 확인 등 안전장치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7일 기자가 경기 화성의 한 화공약품 회사에 황산과 염산 등 강산성 물질 배송을 문의하자, 업체 관계자는 “배달은 안되지만 방문 구매는 가능하고 주민등록번호만 적으면 된다”며 “본인을 증명하는 서류를 따로 갖고 올 필요는 없다”고 답했다. 거짓 번호를 적어도 확인할 길이 없는 셈이다. 인천의 화공약품 판매점 사장도 “실험용이라면 배송도 해줄 수 있고, 법에 금지돼 있지만 소량은 개인에게 판매한다”고 털어놨다.

특히 텃밭 재배 등 개인 영농이 확산되면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비료용으로 황산을 구입하려는 문의와 경로를 알려주는 답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제도 보완과 관리감독 강화가 필수라고 지적했다. 서울아산병원 독극물정보센터 손창환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황산을 연구, 검사용으로 활용할 때도 황산이 필요한 작업장이라는 것을 증명해야 하지만 어떻게 증명하라는 조항이 없어 연구용이라고 하면 그냥 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원철 연세대 방재안전관리센터장은 “불법으로 판매하는 업체에 부과하는 벌금 기준을 높이는 등 대책을 강화해야 황산 테러를 근절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민정기자 fac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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