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엠 올해 국내 판매량 설립 후 최대, 르노는 지난해보다 34% 더 팔아
해외 본사 정책 탓 지속성장은 한계, 쉐보레 유럽 철수에 지엠 수출 타격
‘절대강자’ 현대ㆍ기아자동차에 기세가 눌려있던 업계 3, 4위 한국지엠(GM)과 르노삼성자동차가 올해 내수시장에서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어느 해보다 거셌던 수입차들의 공세 속에서 일군 의미 있는 성과여서 더욱 값진데, 내년에도 성장 기조를 이어갈 수 있을지 자동차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7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한국GM은 지난달 내수시장에서 완성차 기준 1만2,344대를 판매했다. 시장점유율은 9.6%로 현대차(43.6%)와 기아차(34.8%)에 이어 업계 3위다. 올해 1~11월까지 내수 판매량은 13만6,272대로 2002년 회사 설립 이후 역대 최대다. 특히 승용차 판매량은 13만292대로 지난해(11만5,304대)에 비해 13%나 늘어났다.
올해 한국GM의 성장을 이끈 ‘1등 공신'은 중형 세단 말리부다. 디젤 모델이 가세된 말리부는 지난해 9,768대에서 올해는 1만6,677대로 판매량이 70% 증가, 한국GM 차종 중 가장 좋은 성적표를 받았다. 한국GM은 내년에도 준중형 크루즈와 경차 스파크 부분변경 모델 등을 출시해 성장세를 이어갈 방침이다.
르노삼성의 내수시장 성장세는 더 폭발적이다. 지난달 판매량은 지난해 11월(5,301대)보다 무려 61.6% 늘어난 8,568대로 집계됐다. 시장점유율도 4.4%에서 6.7%까지 치고 올라갔다. 올 1~11월 판매량은 6만9,640대로, 지난해(5만1,714대)에 비해 34.7% 성장했다.
르노삼성의 효자는 단연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QM3다. 리터당 18.5㎞의 고연비를 자랑하는 QM3는 지난달 르노삼성 6개 차종 중 가장 많은 3,430대가 팔렸다. 대형 세단 SM7도 지난 9월 출시된 부분변경 모델 뉴 SM7 노바의 가세로 1~11월 판매고가 지난해보다 30% 늘며 성장세를 견인하고 있다. 르노삼성은 내년에 SM5 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해 전 차종 ‘패밀리룩’을 완성할 계획이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QM5 완전변경 모델을 출시하는 2016년에는 한국GM을 꺾고 내수 3위 도약이 목표”라고 밝혔다.
올해 판매량이 20만대에 육박할 정도로 급성장한 수입차에 업계 3, 4위의 선전으로 현대ㆍ기아차는 내수시장 점유율 70%가 위태로운 상황이 됐다. 1∼11월 누적 점유율은 현대차(41.7%)와 기아차(27.7%)를 합쳐 69.4%다. 현대차 관계자는 “내수 점유율 70%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며 “우리가 독점하는 것보다 국산차가 골고루 잘 팔리며 내수시장이 커지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GM과 르노삼성은 본사의 글로벌 전략에 맞춰가야 해 지속적인 내수 성장은 어렵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한국GM은 내수 판매가 증가 중이지만 쉐보레 브랜드가 유럽에서 철수하며 수출은 지난해 1~11월 대비 26%나 감소하는 등 고전하고 있다. 국내에서 생산하는 소형 SUV 트랙스를 북미에 수출하는 등 다각도로 돌파구를 찾고 있어도 GM의 해외 공장들과 경쟁해서 생산성이 떨어지면 물량 감축을 피할 수 없는 처지다. 르노삼성의 경우에는 주력모델인 QM3를 자체적으로 생산하지 못하고 스페인에서 전량 수입하는 핸디캡을 안고 있다.
여기에 내년 내수 판매량이 165만대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겠지만, 국산차는 140만대로 올해와 큰 차이가 없고 수입차만 19% 증가할 것이란 산업통상자원부의 분석도 업계 3, 4위의 앞길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독자적인 모델을 만들지 못하고 정해진 본사 물량을 위탁생산하는 구조가 업계 3, 4위의 한계”라고 말했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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