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민들 "그물 없어져도 무서워 그냥 와"
해경 해체 이후 피해 급증
“해경 해체한다기에 진즉 이렇게 될 줄 알아당께, 떼로 물려다니는 중국어선이 무서워 조업도 힘들지만 어구를 통째로 훔쳐 가 버린당께라”
7일 오전 전남 신안군 흑산도 홍도인근 겨울철의 별미‘흑산홍어’조업에 나선 어민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최근 강풍과 풍랑 등 기상악화로 바다에 나가지 못했다가 이날 새벽 조업에 나섰지만 허탕만 치고 말았다.
중국어선들이 떼지어 우리 해역으로 몰려들면서 해상에 설치한 홍어잡이 어구를 통째로 훔쳐가는 절도사건이 빈발하기 때문이다. 한 어민은 6,000만원 가량의 어구를 잃어버리는 등 그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고 호소했다. 지난달부터 홍어잡이에 나선 흑산지역 어선 6척 모두가 적게는 1,000만원에서 최고 6,000만원 가량의 어구분실 피해를 봤다.
20년째 홍어잡이에 나선 신안선적 18톤급 한성호 이상수(51)선장은“기상이 악화가 되면 바다에 쳐 놓은 주낙이 걱정된다”며“홍도 인근 해상으로 피항 온 중국어선 600여척이 이미 주낙 등 고가의 어구를 훔쳐가도 대안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22톤급 대광호 최용화 선장 역시 어구 피해를 봤다. 지난달 20일쯤 3,000만원 가량의 어구를 잃어버렸다. 최 선장은“인근에서 불법 조업하는 중국어선이 훔쳐간 것”이라면서“어구 분실 피해가 잇따라 주낙을 설치한 뒤 지키기도 했지만 소용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기상 악화로 잠시 피항한 틈을 타 중국어선이 훔쳐간다”며“수백여척이 떼지어 있기 때문에 무서워서 눈을 뻔히 뜨고도 당하는 일도 허다하다”고 말했다.
조기나 잡어를 잡은 어선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한 어민은“수십여척이 함께 몰려다니는 중국어선 때문에 홍어나 조기 등 황금어장에 나가지 못하고 홍도근해에서 조업하고 있다”며“하루빨리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어민들은 이처럼 중국어선들이 판치고 있는 것은 해양경찰의 해체가 주요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올해 해경 해체와 함께 어민들의 피해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어선들이 기상악화와 단속이 느슨한 틈 타 우리 황금어장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지만 이렇다 할 대책이 없어 어민들은 애만 태우고 있다. 중국어선들은 작은 그물코를 이용, 치어까지 남획하는 것은 물론 고가의 어구까지 훔쳐가면서 어민들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
조기잡이 어선 김모(58)선장은 “해경 해체 이후인 최근 수천만원 가량의 어구를 통째로 잃어 버리고도 그냥 돌아 올 수 밖에 없었다”며“경찰이란 이름이 빠진 해양안전본부로 변경하면서 중국어선들이 단속대원들을 무서워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경우기자 gw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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