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조사서 "문건 신빙성 있다 판단"
박근혜 정부 비선(秘線) 실세로 거론된 정윤회(59)씨의 국정개입 의혹을 담은 ‘정윤회 문건’에 대해 조응천(52)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5일 검찰에서 “문건 내용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해 김기춘 비서실장에게 보고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건 유출에 대해선 “전혀 관여한 바가 없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정수봉)과 특수2부(부장 임관혁)는 조 전 비서관을 이날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이 같은 진술을 확보했다. 그는 문건 작성자인 박관천(48ㆍ전 청와대 행정관) 경정의 직속 상관으로 1월 초 문건 내용을 홍경식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과 김 실장에게 보고했다.
오전 10시쯤 검찰청사에 출석한 조 전 비서관은 “주어진 소임을 성실히 수행했을 뿐, 제 가족이나 부하 직원에게 부끄러운 짓을 한 적이 없다. 검찰에서 제가 알고 있는 진실을 최대한 성실하게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출석 전 박 경정과 통화했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그런 적 없다. 통화내역을 보면 나올 것”이라고 답했다.
검찰은 이날 조 전 비서관을 상대로 박 경정에게 정씨 동향 파악을 지시했는지, 문건 보고 후 후속 조치를 했는지 등을 캐물었다. 새벽까지 이어진 검찰 조사에서 그는 “박 경정이 ‘정씨와 청와대 비서관 등의 회동 참석자한테 듣고 문건을 작성했다’고 보고받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건 유출에 대해선 “박 경정이 업무 참고를 위해 내용을 메모해서 갖고 나갔다는 말을 내가 청와대에서 떠난(4월) 다음에 들은 적은 있지만 정확한 사실은 모른다”고 밝혔다.
전날 검찰에 출석한 박 경정은 19시간 동안 마라톤 조사를 받은 뒤, 이날 새벽 4시20분쯤 귀가했다. 그는 “문건에 적힌 회동을 직접 목격한 것은 아니지만 믿을 만한 경로를 통해 파악해서 보고서를 작성했다. 청와대가 나를 문건 유출자로 몰고 있는데 억울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박 경정은 자신의 입장을 상세히 진술했고, 묵비권을 행사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경정은 문건 내용의 실체를 입증할 사진이나 녹취록 등의 자료를 검찰에 따로 제출하진 않았다.
검찰은 정윤회 문건 사본, 문건 유출 관련 청와대 자체조사 보고서 등을 전날 청와대로부터 제출받았다. 검찰은 정씨와 청와대 비서관 3인방 등 이번 사건 주요 관련자들의 통화내역 조회, 휴대폰 위치정보 추적에도 착수했다. 검찰은 이들 자료 등을 분석한 뒤 이르면 다음주부터 정씨와 청와대 핵심 비서관 3인방 등에 대한 소환조사에도 나설 계획이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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