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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日 원스톱 주택서비스… 집주인-세입자 얼굴 붉힐 일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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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日 원스톱 주택서비스… 집주인-세입자 얼굴 붉힐 일 없다

입력
2014.12.0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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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관리서 임차인 모집까지 전문적이고 차별화한 시스템

현 주택관리업체 직원들이 입주민 서비스 향상을 위해 자체 소방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현 주택관리업체 직원들이 입주민 서비스 향상을 위해 자체 소방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지난 해 회사 파견으로 미국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에서 집을 1년 임대한 김모(41)씨는 난감한 상황을 겪었다. 미국 생활에 채 적응도 하지 못했는데 한밤 중에 급작스럽게 정전이 된 것이다. 김씨가 임대한 집은 개인이 소유한 아파트 형식의 콘도. 집주인과 중개업자에게 부랴부랴 연락을 취해봤지만, “원인을 잘 모르겠다. 방법을 모르겠다”고만 했다. 정전은 이틀 동안 지속되면서 촛불에 의존한 생활을 해야 했다. 미국에서 개인 소유의 콘도보다 관리회사가 임대, 관리까지 일체를 책임지는 아파트가 더 인기가 많은 건 이런 이유에서다. 김씨는 “만약 관리회사가 있는 아파트였다면 큰 불편 없이 한 두 시간이면 복구가 됐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본격적인 월세시대가 개막하고 민간임대주택 시장이 활성화되면 우리나라에서도 이처럼 집주인과 세입자 간에 다리를 놓아줄 수 있는 중간자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주로 집주인과 세입자가 1대 1로 연결되는 전세와 달리 1명의 임대사업자가 많게는 수백 명의 세입자를 상대해야 하는 기업형 민간 월세 임대주택단지의 경우 전문화된 임대관리업체의 필요성이 훨씬 높기 때문이다. 집주인 입장에서도 전세와 달리 월세의 경우 세입자가 월세를 밀리는 경우 등 곤혹스러운 상황과 마주하는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다.

정부도 기업형 민간임대주택 활성화 대책을 마련함과 동시에 이를 뒷받침할 임대관리업 시장 육성을 위한 제도 정비에 한창이다. 2월 주택법령을 개정해 주택임대관리업을 법제화하고 업체의 등록기준 등을 마련한 데 이어 법인세 감면 등 각종 세제 혜택을 확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주택건설공급과 관계자는 “2월에 등록기준을 만들면서 그 동안 제도권 밖에 있었던 주택임대관리업체들에게 문호를 활짝 열고 기업형 관리업체들이 시장에 더 적극적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했다”며 “다양한 세제지원 방책에 대해 부처간 협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10월 말 현재 등록된 주택임대관리업체는 전국에 109개사. 제도가 마련된 2월 한 달 동안 15개 업체가 등록하는 등 매월 평균 10여 개씩 새롭게 제도권으로 들어오고 있다. 다만 업체가 임대주택의 공실을 책임지고 매월 수수료를 제외한 일정 비용(임차인으로부터 받은 임대료의 90% 가량)을 임대인에게 지급해야 하는 ‘자기관리형’의 경우 보증보험에 가입하는 부담 등으로 등록업체가 7개사에 불과하다. 대다수는 임대료의 5~10% 정도를 수수료로 받고 임차인 응대와 시설보수 등을 대행해주는 ‘위탁관리형’에 몰려 있다. 현재 보증부 월세의 경우 아직 보증금에 비해 임대료의 비중이 적기 때문에 이를 토대로 수익을 내야 하는 임대관리업체들이 활개칠 수 있는 시장으로 무르익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 현재 공동주택의 80% 이상을 전문 임대관리업체가 위탁 관리하고 있고, 등록회사만 2,300여개에 달하는 것과 비교하면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임대관리업자들이 중개업을 하지 못하도록 못박은 현행법, 여전히 보증금 위주로 형성되어 있는 임대시장, 그리고 세수노출을 꺼려하는 임대인 등이 임대관리업의 선진화를 가로막고 있다고 진단한다. 이상영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의 법인세 감면 혜택도 10인 이하 소기업에게만 적용되고 등록 관리업체를 이용할 경우 임대수익이 투명하게 드러나는 상황이어서 현재로서는 업체가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없다”며 “소규모 임대업자들이 과연 편의를 위해 수익을 일정부분 포기해야 하는 관리업체를 어느 정도 이용할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공인중개업계와 임대관리업계 간 팽팽한 힘 겨루기도 넘어야 할 장벽이다. 공인중개사들은 임대관리업이 자신들의 밥그릇을 빼앗을 거라고 강하게 반발하는 반면, 임대관리업계에선 오히려 법적으로 자신들이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임대관리업체 라이프테크의 박승국 대표는 “임대관리업 자체가 박리다매를 해서 먹고 사는 구조인데 공인중개사는 임대관리업을 할 수 있도록 해놓고 거꾸로 임대관리업체는 부동산중개를 할 수 없도록 막아놔 녹록하지 않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일본과 미국 등에서 자리잡은 원스톱 주택서비스산업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일본에선 중개업을 기반으로 임대관리를 결합(에이블)하거나, 건설시공과 서브리스(지주에게서 땅을 30년 가량 임대 받아 개발해 수익을 나누는 방법)를 역시 임대관리와 묶어 운영하는(레오팔레스21, 다이토켄타구) 등 다양한 구조의 임대관리업이 성행한다. 한 기업이 건설과 시공, 관리, 그리고 임차인 모집까지 일괄하는 구조로 24시간 콜센터 운영, 임차인 의료서비스 제공 등 선진적인 고객 응대가 가능한 시스템이다. 부동산투자회사, 호텔업 등 보다 다양한 업종과 사슬처럼 엮인 미국의 임대관리업계 역시 고가임대주택 이용자들에게 차별화된 커뮤니티 시설을 제공한다. 업계 관계자는 “업종간 칸막이를 최대한 낮춰준다면 보다 선진화된 서비스와 시스템을 선보일 수 있다”며 “빠른 속도로 몰려 오고 있는 월세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선 반드시 선행돼야 할 조건”이라고 말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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