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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서금회...윗서에 휘둘리는 금융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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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서금회...윗서에 휘둘리는 금융권

입력
2014.12.05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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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평에 거론조차 안되다가

막판에 유력 후보로 급부상

사전 내정설 논란 거세질 듯

결국 결론은 ‘서금회’(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였다. 이른바 ‘윗선’(정권 실세)의 사전 내정설 논란으로 시끄러웠던 차기 우리은행장 자리에 서금회 출신 이광구(57ㆍ사진) 부행장이 낙점됐다. 여론의 전방위 비난과 막판에 나온 금융당국의 “내정설은 근거 없다”는 단언마저 무색케 만든 인선 결과에 금융권 전체가 아연실색하고 있다.

외부인사와 우리은행 사외이사, 예금보험공사(대주주) 관계자 등 7명으로 구성된 우리은행 행장후보추천위원회(행추위)는 5일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3차 회의를 열고 이광구 부행장, 김승규 부행장, 김양진 전 수석부행장 등 3명의 행장 후보에 대한 심층 면접을 거쳐 이 부행장을 이사회에 추천할 단일 후보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 내정자는 능력 면에서는 대체로 나무랄 데 없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1957년 충남 출생으로 천안고와 서강대 경영학과 졸업 후 1979년 우리은행의 전신인 상업은행에 입사해 홍콩지점장, 경영기획본부장, 개인고객본부 부행장 등 요직을 거쳤다. 특히 은행 내부에서는 개인영업 분야 등에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는다. 행추위는 이날 “이 후보가 은행업 전반에 대한 폭 넓은 경험과 역량을 바탕으로 우리은행의 기업가치를 제고함으로써 최대 현안인 민영화와 우리은행 경쟁력 제고에 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내정자는 ‘서금회 출신’이란 꼬리표가 붙은 인물이다. 애초 우리은행장 하마평에 거론되지 않았던 그는 인선과정 중반부터 “정권이 밀고 있다”는 소문과 함께 유력 후보로 급부상한데 이어 지난주부터는 “사실상 내정됐다”는 설이 파다했다. 그의 내정설이 퍼지면서 연임이 유력시되던 이순우 현 행장이 1일 연임 포기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때문에 이 내정자의 능력과 무관하게 이번 인선 결과는 서금회의 실체와 그 배후, 그리고 이 정부의 고집스러운 낙하산 인사를 둘러싼 논란을 더욱 고조시킬 전망이다. 이는 향후 이 내정자의 리더십에도 상당한 타격이 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이 부행장의 내정은 행추위가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하지 못했다는 단적인 증거”라며 “이른바 ‘관피아’나 ‘정피아’는 제도를 통해 막을 수 있지만 금융권 내부 인사를 찍어서 승진시키는 것은 제도로도 막기 어려워 이 같은 인사가 계속될 경우, 금융사의 내부 갈등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후보군에 없던 사람이 갑자기 유력 후보로 부상해 행장이 되면 내부 구성원들이 행장의 권위를 어떻게 인정하겠느냐”고 지적했다.

그간 서금회 논란에 침묵으로 일관하던 금융당국은 이날 내정설을 정면 반박했지만 다시 한번 신뢰도에 큰 흠집을 내게 됐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 우리은행장 내정설과 관련된 질문에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말 자체가 이상한 용어다”, “내정설은 실체가 없고, (우리은행에도) 자율적으로 하라고 하고 있다”, “금융위가 우리은행장 인선에 개입했거나 청와대의 의중을 전달한 적이 없다” 등 강한 어조로 세간의 의혹을 반박했다. 하지만 신 위원장의 주장이 무색하게 이 내정자가 낙점되면서 금융당국조차 모르는 ‘보이지 않는 손’에 대한 의혹은 더욱 커지게 됐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이 부행장 내정을) 금융당국이 정말 몰랐다면 이제 정치권에서 직접 금융권 인사를 지시한다는 얘기밖에 더 되겠느냐”며 “온갖 우려도 아랑곳 않는 외압의 횡포에 금융권 인사가 아수라장이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내정자는 9일 임시이사회에서 최종 후보로 확정되고 이달 30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공식 선임된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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