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의 졸속 행정으로 내년도 유치원생 모집을 둘러싸고 일대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내년도 유치원 신입생 추첨이 처음 실시된 그제 각 유치원마다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추첨 하루 전날 갑자기 ‘중복지원자는 합격 취소’라는 공문이 내려와 여러 유치원에 지원한 학부모들이 부랴부랴 지원을 취소하느라 애를 먹었다. 일부 유치원은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곤욕을 치렀다.
이런 혼란은 시교육청이 올해부터 도입한 유치원 중복지원 제한 제도에서 비롯됐다. 그 동안 무제한으로 복수지원을 허용했던 방식 대신 유치원들을 가ㆍ나ㆍ다군으로 나눠 군별로 한 곳씩만 지원할 수 있도록 변경했다. 무제한 중복지원으로 일부 유치원 경쟁률이 수 백대 1로 치솟고 중복 당첨에 따른 등록 포기와 재충원 등의 혼선이 잇따르자 내린 고육책이었다. 하지만 이 개선안은 유치원 접수 나흘을 앞둔 지난달 27일 다시 바뀌었다. 상당수 유치원이 학생 유치를 위해 가군에 몰리면서 실질적인 지원 기회가 줄어들게 되자 지원 횟수를 4회로 늘렸다. 유치원들을 군별로 사전 안배도 하지 않은 채 무턱대고 개선안을 발표한 후유증이었다. 그러나 유치원이 특정 군에 몰려 추첨에서 떨어지는 아이는 먼 곳으로 가야 하는 문제점은 여전했다. 불안을 느낀 학부모 사이에선 중복지원을 해도 불이익이 없을 거라는 말까지 돌아 혼란이 커졌다.
시교육청은 제도 변경에 따라 예상되는 혼란과 부작용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시뮬레이션이나 제대로 해봤는지 의심스럽다. 더욱이 올해 누리과정 예산 논란으로 내년에 어린이집 보육료 지원이 끊길 수 있다는 불안감에 유치원을 선택하는 학부모들이 대거 늘어날 것이라는 점도 감안하지 않았다. 탁상행정도 이런 엉터리가 없다. 복수지원을 하면 합격을 취소하겠다고 했지만 이를 걸러낼 장치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유치원의 지원 현황을 총괄하는 전산시스템이 없어 유치원으로부터 정확한 지원자 명단을 확보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이러니 시교육청 방침을 따른 사람만 손해 본다는 말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이제 와서 유치원 지원 방식을 원점에서 재검토한다고 해본들 무슨 소용이 있나 싶다.
유치원 대란의 근본적인 원인은 학부모 부담이 적은 국공립유치원과 어린이집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도시와 농촌간은 물론 같은 서울에서도 지역별로 편차가 심하다. 그런데도 정부는 기본적인 수요와 공급조차 전혀 조사하지 않고 있다. 무상보육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유치원과 어린이집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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