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업소득을 가계로 흐르게 해 경제를 활성화시킬 목적으로 도입한 기업소득환류세제가 실효를 거두려면 제도를 더욱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기업들이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를 피하기 위해 편법을 쓰지 못하도록 보완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국제조세협회와 한국세무학회, 한국세법학회, 한국재정학회, 한국조세연구포럼 등 조세관련 학회들은 5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관에서 ‘경제활성화를 위한 세제개편’을 주제로 개최한 연합학술대회에서 이 같이 주장했다. 사내 유보금이 실질적인 투자로 이어지도록 기업에 대한 압박의 강도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소득환류세제는 자기자본 500억원초과 법인(중소기업 제외)을 대상으로 소득의 일정 규모를 투자나 임금 증가, 배당에 쓰지 않을 경우 페널티 성격의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참가자들은 기업소득환류세제의 도입 취지는 공감하지만 실제 기업이 느끼는 세부담은 적다고 입을 모았다. 박종규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재정확대와 금리인하 등 전통적인 경기부양책만으론 경제활성화가 불가능해 기업소득환류세제 같은 제도가 필요한 게 사실”이라고 운을 뗐다. 하지만 “당기소득 중 투자와 배당의 경우, 증가분이 아닌 투자 및 배당금액 자체를 차감하게 돼 있는 등 설계가 다소 약해 기업의 투자ㆍ고용ㆍ임금을 늘릴 유인책이 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또 “투자 범위는 설비ㆍ건설ㆍ연구개발투자로 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무용 부동산이라도 토지나 건물 매입은 투자로 봐선 안된다는 것이다.
과세를 피하기 위해 기업들이 편법을 사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최기호 서울시립대 교수는 “국내소득에만 과세할 경우 기업들이 국내소득을 국외소득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지적했고, 문예영 배화여대 교수는 “기업들이 제도 시행 이전으로 소득을 이전시킬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이날 정부가 중소기업의 연구개발(R&D)에 대한 세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최정희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강사는 ‘연구개발 활동 세액공제 등 개편방안’이라는 주제 발표에서 “중소기업이 R&D 활동 연도에 사용하지 않은 세액공제액을 환급해주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설립초기이거나 장기간 연구개발이 필요해 과세소득이 발생하지 않은 중소기업은, R&D 투자를 했어도 공제액을 사용할 수 없는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며 “프랑스처럼 공제 이월로 조세혜택을 받지 못하는 금액을 적절한 시점에 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지하자금에 대한 적절한 과세가 중요하다는 언급도 나왔다. 나성길 국세공무원교육원 교수 등은 ‘위법소득에 대한 과세상의 쟁점과 관리방안’이라는 주제 발표에서 “신용카드 사용촉진을 위한 세제지원,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한 세무관리 강화, 과세자료제출 범위 확대 등 과세 인프라 장치가 세원 포착에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종=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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