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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범 반세기 여성전문병원 1호...아시아 허브병원 도약 청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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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범 반세기 여성전문병원 1호...아시아 허브병원 도약 청사진

입력
2014.12.05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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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병원 최초 시험관아기 성공 등

선진 의료로 여성의학 지평 열어

외국서도 난임ㆍ여성암 환자 찾아와

1963년 개원 직후의 제일병원 간판 모습.
1963년 개원 직후의 제일병원 간판 모습.

1960년대만 해도 임신하면 60~70%는 집이나 조산원에서 아이를 낳았다. 병원비가 비싸기도 했지만 다른 이에게 신체를 보여주는 것이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그런 시절인 1963년 12월 9일. 국내 처음으로 ‘여성을 위한 병원’을 내세운 제일병원이 서울 중구 묵정동 동국대 서울캠퍼스 후문 맞은편에 문을 열었다.

제일병원이 9일로 개원 51주년을 맞았다. 제일병원의 분만 건수는 부동의 1위다. 2000년대 초 신생아의 2%가 이곳에서 태어났다. 지난해까지 제일병원에서 태어난 아이는 22만 명이 넘는다. 그래서 ‘출산 병원’이라는 얘기 듣는다.

제일병원에서 태어난 김혜선 병리과 교수는 “부모님이 ‘아이는 제일 좋은 병원에서 낳아야 한다’는 신념을 지녀 제일병원과 인연이 시작됐다”고 했다. 실제 제일병원은 지금은 산부인과 분야 진료 및 치료, 수술에서 빼놓을 수 없는 복강경수술법(1973년), 초음파진단법(1974년), 무통분만(경막외마취법ㆍ1975년) 등 선진의료기법을 처음으로 도입하며 여성의학 지평을 열었다. 1985년 국내 첫 유방암 클리닉 개설 및 유방암 초음파 검사법 도입, 1986년 국내 첫 민간병원 시험관아기 임신 성공 등의 성과가 뒤따른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이 같은 발전은 병원 구성원의 끊임없는 열정과 탐구정신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설립자 고 이동희 이사장의 백부였던 고 이병철 삼성 회장은 개원 20주년을 기념해 ‘어제 치료법은 오늘은 구식이다’라는 휘호로 병원 발전을 독려하기도 했다.

민응기(가운데) 제일병원 원장이 국제클리닉에 입원해 출산한 외국인 난임 환자의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제일병원 제공
민응기(가운데) 제일병원 원장이 국제클리닉에 입원해 출산한 외국인 난임 환자의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제일병원 제공

민응기 제일병원 원장은 “여성의학 불모지인 우리나라에서 제일병원의 출범은 역사적 사건”이라며 “지난 50년 동안 쌓아 올린 노하우와 전문성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조하기 위한 신념과 열정이 지금의 제일병원을 만든 원동력”이라고 했다.

“세계 초일류 여성종합병원 도약 목표”

현재 총 17개 진료과, 340병상의 종합병원 면모를 갖추고 연간 7,000여 건의 분만, 19만 건의 산전정밀검사, 31만 건의 산부인과 진료, 3,000여 건의 복강경 수술, 2만 건의 유방검진을 시행하며 명실상부 한국을 대표하는 여성종합병원으로 자리잡았다. 제일병원은 이제 국내를 넘어 세계 초일류 병원으로 도약하려는 목표를 잡았다.

제일병원은 세계적 수준의 병원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 지금까지 축적한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연구와 교육역량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세계 최초로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인유두종바이러스(HPV)의 유전자형과 정량을 동시에 분석할 수 있는 자궁경부암 검사법 개발에 성공, 특허 및 제조허가를 받아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지금보다 더 신속하고 정확히 자궁경부암 진단을 받을 수 있다.

또, 임신부 혈액을 이용한 다운증후군 진단법, 임신부 혈액을 이용한 태아 성별 확인법 및 임신중독증 조기진단법, 신생아 태변을 이용한 태아 알코올 스펙트럼 장애(FASD) 진단법 등의 개발에 연이어 성공함으로써 환자 맞춤형 치료에 대한 대비도 지속하고 있다.

최근 전 세계 여성암 발생률 2위인 자궁경부암의 직전 단계인 자궁경부전암을 치료할 수 있는 DNA 백신 개발에 성공했다. 환자의 면역체계를 이용해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방법으로 암을 치료하는 이 백신은 간단한 근육주사로 기존 치료법을 대체하는 새 패러다임을 만들었다는 평가다. 김태진 제일병원 산부인과 교수가 참여한 DNA 치료백신은 현재 임상 2상이 진행 중이다. 연구성과는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강인수 제일병원 산부인과 교수가 외국인 난임 환자에게 난임 원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제일병원 제공
강인수 제일병원 산부인과 교수가 외국인 난임 환자에게 난임 원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제일병원 제공

연간 2만5,000 외국인도 찾아

제일병원은 이제 외국인 환자가 먼저 알아보는 수준에 올랐다. 한해 제일병원은 찾은 외국인 환자는 평균 2만5,000명 선. 러시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을 비롯해 몽골 등 중앙아시아를 중심으로 분만, 난임, 여성암, 요실금, 건강검진, 피부미용 및 성형 분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병원은 외국인 환자가 급증함에 따라 더 편리하고 체계적인 진료서비스를 제공하고자 2012년 외국인 전담 의료진과 간호사, 통역사를 배치한 ‘국제 클리닉(International Clinic)'을 열었다. 국제협력팀을 통해 한국방문에 필요한 서류발급 등 행정서비스와 숙박연계 서비스가 원스톱으로 해결된다.

다양한 나라에서 오는 환자를 위해 미주ㆍ유럽ㆍ러시아ㆍ몽골 환자식을 자체 개발해 환자의 요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한편, 당뇨병식, 저염식, 저지방식, 저균식, 고단백식 등 치료식 개발에도 뛰어들어 환자 관리에 공을 들이고 있다.

분만과 신생아케어에서 제일병원의 우수성이 입소문을 타면서 분만을 위해 다른 나라에서 병원을 찾거나, 난임 치료 후 분만까지 마치고 귀국하는 환자도 늘고 있다. 몽골 명예가수 서훈을 받은 국민가수 자란타이 알탄체첵(41) 씨가 지난 5월 제일병원에서 분만한 것이 좋은 예다. 고령에 셋째 아이를 임신한 알탄체첵 씨는 분만 위험이 높다는 몽골 현지 의료진의 이야기를 듣고 직접 검색해 제일병원에서 상담했다. 그는 제일병원 조리원에 2주간 머물며 한국 산후조리 문화를 경험하기도 했다.

외국인 환자 맞춤형 검사로 구성된 ‘프리미엄 건강검진’ 프로그램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다섯 번의 올림픽에서 15명의 금메달리스트를 키워내며 카자흐스탄의 역도 영웅으로 칭송 받는 고려인 이 알렉세이(52) 카자흐스탄 역도 대표팀 감독을 비롯, 해외 유명 인사들과 환자의 발걸음이 줄을 잇고 있다.

이 감독은 “제일병원의 뛰어난 의료수준은 카자흐스탄 현지에서 입소문을 통해 익히 알고 있다”며 “한국이 세계적 수준의 의료 강국으로 발돋움한 것이 고려인으로 매우 자랑스럽다”고 덧붙였다.

제일병원은 러시아 하바로프스크, 몽골 보건복지부와 칸(KHAN)은행, 카자흐스탄 민간 최대 알마티 병원 등 현지 의료기관과 유관기관 30여 곳과 학술과 의료진 교류 업무협약을 맺고 세계적 수준의 병원으로 도약하기 위한 교두보를 마련 중이다.

김태경 제일병원 행정부원장은 “제일병원이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는 목적은 여성건강 토털서비스 구현을 통해 여성질환 분야 아시아 허브병원으로 도약하는 것”이라고 병원의 미래상을 제시했다. 김 부원장은 “개원 반세기라는 반환점을 돈 첫 해인 올해가 세계에 제일병원의 이름을 각인할 원년이 될 것”이라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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