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방장관으로 유력한 애슈턴 카터(60) 전 국방부 부장관이 과거에 9·11 테러를 예언하는 듯한 글을 잇따라 써 눈길을 받고 있다.
미국 정치전문지인 폴리티코는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에 9·11 테러와 같이 미국 본토를 상대로 재앙적 테러가 일어날 가능성을 사전에 경고하면서 즉각 정부 차원의 대응계획 수립을 촉구했다고 4일 보도했다.
카터 전 부장관은 1998년 필립 젤리코 버지니아대 교수, 존 더치 전 국방차관과 함께 ‘포린 어페어스’에 공동으로 기고한 글에서 “재앙적 테러 행위는 미국 역사의 분수령과 같은 사건이 될 것”이라며 “전례 없는 인명과 자산의 손실을 주고 미국이 안전하다는 근본적 인식을 허물어뜨릴 것”이라고 썼다고 폴리티코는 밝혔다. 그는 “이는 1949년 소련이 처음 핵폭탄을 터뜨렸을 때와 마찬가지의 상황”이라며 “진주만 사건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과거와 미래를 갈라놓는 사건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카터 전 부장관은 “미국은 이에 매우 단호한 조치로 대응할 것”이라며 “시민 자유를 제한하고 시민에 대한 감시를 확대하며 혐의자들을 구금하고 치명적 무기의 사용을 허용하는 결과로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그는 “이는 더 많은 폭력이 뒤따를 가능성이 있고 추가적인 테러 공격과 이에 대한 미국의 맞대응이 이어질 것”이라며 “미국인들은 뒤늦게 테러문제를 소홀하게 취급한 지도자들을 심판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9·11 테러가 일어나기 1년 전인 2000년 9월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과 함께 쓴 책에서 “수년 내에 미국 본토를 겨냥한 재앙적 테러가 일어나 1949년 소련이 처음으로 핵실험을 했을 때와 마찬가지의 대응노력을 낳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카터 전 부장관은 “우려가 어떻게 히스테리로 발전하는가는 쉽게 확인할 수 있다”며 “파괴적 사건의 결과로 정부 차원에서 시민 자유가 침해되는 비생산적 대응조치가 나올 것”이라고 점치기도 했다. 카터 전 부장관은 “미국 본토가 공격당했을 경우 공격 자체보다 그에 따른 결과가 더 공포스럽다”며 “미국 정부는 미래의 위협에 대응해나가야 한다”고 경고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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