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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회 한국출판문화상] 어린이·청소년 부문 후보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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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회 한국출판문화상] 어린이·청소년 부문 후보작

입력
2014.12.05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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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청소년 부문 후보작 12종

정리=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강아지와 염소새끼

권정생 시ㆍ김병하 그림ㆍ창비

11년 만에 15권으로 완간된 우리시 그림책 시리즈의 마지막 책. 강아지와 염소새끼의 아웅다웅 우정을 그린 동시가 2년 반 동안 공들인 포근한 그림과 만났다. 재미있는 운율에 아이들 입말과 다양한 의성어ㆍ의태어로 돼 있어 소리 내어 읽으면 더 좋다. 모든 세대가 볼 만한 그림책이다.

진짜 코 파는 이야기

이갑규 쓰고 그림ㆍ책읽는곰

책 전체를 한 편의 영화처럼 구성한 익살스럽고 참신한 그림책. 앞면지의 출연 동물 오디션부터 뒷면지의 대기실 풍경과 뒷표지의 엔딩 크레딧까지 놓치지 말 것. 감독(작가), 분장(편집) 아무개 등을 포함한 엔딩 크레딧 중 장소 협찬은 ‘고만파 이비인후과’. 보는 내내 폭소를 자아낸다.

빅 피쉬

그림 이기훈ㆍ비룡소

글이 없는 철학적 그림책. 모든 것이 황폐해진 땅의 인간들이 물을 뿜어내는 커다란 물고기를 잡아 가둠으로써 동물들과 싸움이 벌어지고 결국 대홍수를 맞게 되는 이야기를 섬세하고 역동적인 그림으로 담아냈다. 다채로운 연출과 구성의 그림 190여 컷으로 돼 있다. 좀처럼 나오기 힘든 대작이다.

델 문도

최상희 지음ㆍ사계절

9개의 단편으로 이뤄진 청소년소설집. 제목은 스페인어로 ‘세상 어딘가에’를 뜻한다. 한국, 이탈리아, 호주 등 여러 나라 청소년의 일상을 통해 다채로운 세계를 펼쳐 보이면서 인생을 이야기한다. 세상을 향한 깊은 통찰을 간결하고 세련된 문장에 담아내 기존 청소년문학을 뛰어넘은 작품이다.

깜박깜박 도깨비

권문희 쓰고 그림ㆍ사계절

정신없는 도깨비 덕분에 부자가 됐다는 옛날이야기를 인간과 도깨비의 우정 이야기로 재해석한 그림책. 이것저것 갖다주고도 까먹고 또 갖다주다가 창고를 거덜낸 아기 도깨비가벌을 받게 되자 아이는 미안해한다. 아낌없이 베푸는 자연과 고마워할 줄 모르는 인간을 돌아보게 만드는 책이기도 하다.

5대 가족

고은 글ㆍ이억배 그림ㆍ바우솔

티베트 유목민 가족의 일상을 담은 그림책. 5대에 걸쳐 흐르는 자연스러운 삶의 질서와 평화로움, 자연에 순응하며 만족해하는 그들의 삶은 대자연 모습 그대로다. 거장 시인의 글과 중견 화가의 그림이 만났다. 운율을 살려서 쓴 짧은 글에 사실적이면서 부드러운 필치의 그림이 잘 어우러진다.

나의 친친 할아버지께

강정연 지음ㆍ라임

열두 살 소년이 치매 증상으로 글을 읽지 못하게 된 할아버지를 보살피면서 벌어지는 갖가지 에피소드를 그린 장편동화. 어쩔 수 없이 보호자가 된 아이가 처한 상황은 어렵지만, 작가는 어두운 면보다 밝은 면에 시선을 두어 긍정적인 에너지를 거침없이 발산하고 있다. 유쾌하고 즐거운 작품이다.

우리땅 기차여행

김성은 조지욱 글ㆍ한태희 그림ㆍ책읽는곰

산과 평야, 강과 바다, 도시와 농촌 등 우리 땅이 한눈에 들어오는 커다란 입체 지도 그림책. 평면 지도로는 잘 알기 힘든 우리 땅의 구석구석 생김새가 하늘에서 항공사진을 찍은 것처럼 생생하게 보인다. 지리와 지도를 어렵게만 생각하는 아이들에게 훨씬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만들었다.

플라스틱 섬

이명애 지음ㆍ상출판사

환경 파괴를 다룬 그림책.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로 흘러가 플라스틱 인공섬을 만들어내면서 생기는 문제를 바닷새의 눈을 통해 보여준다. 쓰레기가 나오는 과정부터 그것 때문에 고통 받는 바다 생물의 운명까지 환경 문제를 직접적이지 않게 그림 중심으로 풀어냈다. 예술성이 뛰어난 그림책이다.

호랑이, 오누이 쫓아가는듸, 궁딱!

김회경 글ㆍ오치근 그림ㆍ우리교육

옛이야기로 엮은 창작 판소리동화. 글이 중모리 장단의 판소리 사설로 돼 있어 그대로 판소리를 할 수 있다. ‘해님 달님’을 다시 쓴 ‘엄마냐, 호랑이냐?’와 요깨 대왕에게 잡혀간 두 동생을 구하는 이야기 ‘요깨 동굴’ 두 편을 실었다. 옛이야기의 맛을 살리면서 현대적 감각을 입혔다.

뺑덕

배유안 지음ㆍ창비

‘심청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청소년 소설. 뺑덕어미가 뺑덕(병덕)이라는 아이의 엄마이고 심청이를 키워줬다는 설정으로 줄거리를 엮었다. 애증과 그리움으로 얽힌 주인공 병덕과 엄마의 관계를 통해 효의 가치와 가족의 소중함을 생각케 한다. 매끄러운 서사 속에 해학과 골계미가 돋보인다.

고슴도치 엑스

노인경 지음ㆍ문학동네

통쾌한 반전이 숨어 있는 익살스런 그림책. 모든 것이 완벽해 보이고 뾰족한 가시를 금하는 고슴도치 도시에서 말을 안 듣고 개성을 고집하는 고슴도치 엑스의 이야기다. 엑스는 위기를 겪지만 신나는 결말이 기다리고 있다. 반전의 힌트는 첫장면부터 숨어 있지만 어른들은 대개 놓치고 넘어간다.

그림책 <플라스틱 섬>의 마지막 장
그림책 <플라스틱 섬>의 마지막 장

[심사평]

2014년의 아동청소년 분야 출판물은 극심한 출판 불황 속에서도 의미 있는 결실을 거둔 해였다. 그 결실은 10여 년 이상 이 분야의 출판기획자와 작가들이 꾸준히 기울여 온 노력 덕분이다. 제작비가 많이 드는 그림책의 경우 불황의 영향 탓인지 대형 출판사 중심으로 출간 종수가 몰린 것도 특징적인 현상이다. 이런 와중에도 작은 출판사들이 의욕적인 작품으로 분투했다. 제한된 종수를 선정하느라 후보작에 올리지 못한 작은 출판사의 몇몇 작품을 두고 심사위원들은 마지막까지 아쉬움에 손을 놓기 어려웠다.

올해 드러난 경향은 다양하다. 예전 같으면 출간이 어려웠을 실험적인 걸작(‘빅 피쉬’ 등)이 빛을 보았고, 우리 옛이야기의 맛을 충분히 살리면서도 현대적인 그림책 화법으로 재해석한 작품(‘깜박깜박 도깨비’, ‘호랑이, 오누이 쫓아가는듸, 궁딱!’ 등)이 나왔으며, 거장의 글과 중견 화가의 그림이 만나 완성도 높은 결과물(‘5대 가족’ 등)을 만들어 냈다.

동화에서는 어린이의 자율적 시선이 더욱 선명해졌으며(‘나의 친친 할아버지께’) 청소년문학에서는 회고적 성장 서사나 사춘기의 징후 묘사를 뛰어넘어 견고한 문학적 개성을 지닌 작품들(‘델 문도’, ‘뺑덕’ 등)이 등장했다. 어린이 지식정보책 분야에서도 우리 아이들이 사는 터전의 특징을 반영한 좋은 기획물들이 등장했다. 이 분야가 워낙 품이 많이 들고 여러 각도의 고려와 정교한 협업이 필요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고무적인 일이다(‘우리 땅 기차 여행’ 등).

어린이책이 무거운 엄숙주의를 벗고 아이들의 웃음에 한층 가까이 다가간 것도 인상적이다. 아이들의 삶에서 조금도 경쾌함을 덜어내지 않고 그들의 호기심을 생생히 살린 작가와 편집자의 내공이 돋보였다(‘진짜 코파는 이야기’ 등).

한편 예술로서 그림책이 지니는 독립적인 특성을 잘 드러내면서 예리하고 깊이 있는 풍자를 통해 독자의 범주를 어린이로부터 어른까지 확장하는 신선한 작품들도 더 많아졌다.(‘고슴도치 엑스’, ‘빅 피쉬’, ‘플라스틱 섬’ 등)

15년의 긴 여정을 마무리한 ‘우리시 그림책’ 시리즈의 완간본 ‘강아지와 염소 새끼’는 이 시리즈가 어떤 섬세하고 치열한 경로를 거쳐 탄생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인상적인 작품이다. 세상을 떠난 권정생 선생의 유년 시절 시를 발굴하고 그림 작가는 전국의 염소 농장을 찾아다니면서 그 시에 가장 어울리는 얼굴의 염소를 찾고자 정성을 기울였다. 열 몇 장으로 이뤄진 그림책 한 권에 3년 이상 공을 들인 것이다. ‘독자’가 아니라 ‘미래 세대’를 만난다는 것에 대한 작가들의 책임감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김지은ㆍ아동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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