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갑상선암 위험성 간과하며
과거 진료 모두를 과잉진료로 몰아"
정부가 지난 8월 마련한 ‘무증상 성인에게 초음파를 이용한 갑상선 선별검사를 일상적으로는 권고하지 않지만, 수검자가 원하면 적절한 정보 제공 후 검진을 시행할 수 있다’는 내용의 갑상선암 권고안 초안에 대해 외과의사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외과의사들은 최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대한외과학회의 ‘암 검진 근거평가 및 갑상선암 검진 권고안’에 대한 토론회에서 정부에 대한 성토를 쏟아냈다.
국내 갑상선암 환자는 4만568명(2011년 기준)으로 인구 10만 명당 81명꼴로 발생했다. 미국의 5.5배, 영국의 17.5배, 세계 평균의 10배 이상이나 된다. 또한 갑상선암은 위암을 밀어내고 2007년부터 암 발생률 1위이고, 지난 10여 년간 연평균 증가율이 23.7%(1위)로 전체 암의 연평균 증가율(3.6%)보다 6배 이상 높다. 하지만 갑상선암으로 사망하는 환자는 30년 전과 거의 비슷해 관련 전문가들은 과다 진단과 수술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 지난 8월 갑상선암 검진 권고안 초안이 국립암센터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됐다.
이영돈 가천의대 외과 교수는 토론회에서 “갑상선암 검진의 예방과 조기 진단의 이득이 적다는 근거로 많이 등장하는 일본 논문이 있는데 이 논문이 숨기고 있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1㎝ 이하로 갑상선 암을 진단 받은 후, 3㎜ 이상 크기가 증가하는 경우가 5~10년 사이에는 15.9%에 불과하지만 15년이 지나면 45% 이상에서 커졌다”며 “작은 갑상선암이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고 해도 그 또한 ‘호랑이 새끼’라 내 아이를 해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키우지 않아야 한다”고 권고안에 반대했다.
대학교수인 한 회원은 “의사의 과잉진단과 치료가 문제인 것처럼 말하는데 부적절하다”며 “2000년대 초 갑상선암 진단이 급증했지만, 당시로는 작은 종양을 어떻게 처리할지 답이 없었던 시절이라 의사들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며 “그런데 10년이 지난 지금 크기가 작은 갑상선암은 진행이 느리고, 사망에 이르는 사람이 적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과거 진료형태를 모두 과잉진료라고 해석하는 것은 문제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지금은 치료전략을 바꿔야 할 뿐이지, 지난 시간들을 과잉진료로 해석해선 안 된다”고 했다.
또 다른 회원은 “마치 갑상선 암은 증세가 있어야만 진단할 수 있고, 미세한 종양은 수술할 필요가 전혀 없는 것으로 호도하는데 검진 목적은 원래 조기에 문제를 발견해 생명을 보전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기에 비용과 생존율만 따져선 안 된다”고 했다.
권고안 마련 작업에 외과 의사가 참여하지 못했던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회원은 “검진에 외과 의사가 나서려고 하느냐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데, 수술을 해보면 안다”며 “조금만 더 빨리 발견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경우가 무수하다”고 했다. 그는 “재발 수술 경우에는 더 힘들다”며 “전문가들의 조언 없이 나온 권고안을 가지고 증상 있는 사람만 검사를 하라고 한다면 그 책임도 분명히 국가가 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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