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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는 게 없는데 과세까지 하나" … 헛도는 임대사업 양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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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는 게 없는데 과세까지 하나" … 헛도는 임대사업 양성화

입력
2014.12.0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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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률 떨어지고 보수비용 급증" 임대인들 불만 갈수록 비등

"소득 노출 비해 혜택은 쥐꼬리" 10명 중 9명이나 미등록 상태

4년 전 정년퇴직을 한 김모(70)씨는 고심 끝에 지난해 주택 임대업을 시작했다. 퇴직금 등 모아둔 2억5,000만원과 집을 담보로 빌린 2억원을 더해 경기 화성시에 원룸 건물을 샀다. 방 12개 중 2개는 전세, 10개는 각 월세 30만원을 받았다.

그러나 월 300만원이면 부부가 노후를 보내기에 적절하리란 계산은 오산이었다. 세입자 대부분이 3개월 이상 살지 않는 통에 들고날 때마다 청소는 기본이고, 도배 장판도 새로 해줘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은 지 8년 된 건물이라 현관이며 창문이며 수리비가 제법 들었고, TV 세탁기 냉장고 등이 고장 나면 교체해줘야 했다.

이런 지출이 매달 100만원 이상이었다. 대출이자 월 80만원을 빼면 손에 쥐는 돈은 100만원 정도에 불과했다. 소음 문제 등 세입자간 소소한 분쟁, 월세 연체, 쓰레기 처리 같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마음고생까지 더했다.

그에게 임대소득 과세 소식은 울고 싶은데 뺨 때린 격이다. 2주택에 임대소득 2,000만원 이상이라 2017년부터 과세 대상이 된다. 그는 “관리 비용을 감안하지 않고 월세 소득만 기준으로 하면 세금뿐 아니라 최소 20만원 이상의 건강보험료까지 물게 돼 남는 게 거의 없을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경기 고양시에서 원룸 월세를 놓는 장모(66)씨도 “노후를 월세나 받으면서 산다고 하면 남들은 배부른 소리 한다고 하지만 5분의 1 가량 유지보수 비용으로 빠져나가는 임대소득은 수익률이 갈수록 떨어지는데, 세금까지 내라고 하면 그만 두라는 얘기나 다름없다”라고 했다. 임대업을 하는 유모(61)씨는 “임대사업 등록을 의무화한다는 얘기도 들리던데 소득이 낱낱이 노출되는 것에 비해 혜택이 적어 어떻게든 피하려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라고 전했다.

정부가 임대사업 양성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임대인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수익률 하락, 유지보수 비용, 임대료 징수 문제 등 지금도 골머리만 아프고 남는 게 없는데, 현실을 외면한 양성화를 빌미로 세금만 더 뜯어가려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임대인은 적게는 83%(2010년 통계청 조사)에서 많게는 90%(경기개발연구원, 2012년 추정치)가 임대사업 미등록 상태다. 당연히 그간 임대소득에 대해 세금을 내지 않았으니,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조세 원칙의 큰 구멍이었음에 반론의 여지가 없다. 2월 정부의 2주택 이상 임대소득 과세 방침이 타당하다는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문제는 현실적인 이유로 거세게 반발하는 임대인들을 어떻게 달래느냐다. 이들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려면 등록에 대한 실질적인 혜택을 더 늘리고, 과세 이슈는 점진적으로 풀어야 한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과세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양성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얘기다.

지난해 기준 민간의 매입임대 등록 주택은 32만6,000가구로 전체 임대주택의 4% 정도에 불과하다. 취득세 재산세 등 조세감면 혜택에 비해 등록 절차가 복잡하고 규제가 부담스럽다는 게 이유로 꼽힌다.

예컨대 임대 의무기간(5년)을 채우지 못하면 3,000만원 이하 벌금에 면제받은 세금뿐 아니라 가산세도 토해내야 한다. 2년마다 사업자 현황 신고, 표준임대차계약서 작성, 임대조건 재신고 등도 번거롭다. 반면 5년간 매매가 묶이니 시장상황에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없다. 더구나 면적(85㎡ 이하)을 기준으로 하다 보니 여러 세대가 사는데도 그보다 면적이 큰 다가구주택은 1주택으로 간주돼 등록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조세감면 혜택 확대, 다가구주택도 등록 가능, 절차 간소화 등 매입임대의 단점을 보완한 준공공임대도 임대인들의 외면을 받긴 마찬가지다. 공공 성격을 강조하면서 임대 의무기간이 8년으로 늘어나고 임대료도 시세 이하로 책정해야 한다는 까다로운 조건이 달렸기 때문이다. 올해 1월 도입한 준공공임대의 등록 수는 현재 256가구에 그친다.

대안으로 임대사업 등록을 아예 의무화하는 법안이 국회에 발의돼있지만 찬반 논쟁이 팽팽하다. 양성화의 지름길인 반면 임대사업 포기가 늘어 자칫 임대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공존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임대소득 과세 방침이 확정된 만큼 세금을 피할 수 없다면 등록을 통해 절세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인식을 심어줘, 임대인들이 자연스럽게 양지로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러려면 임대인이 체감할 수 있도록 투자 단계부터 증여까지 유지 기간(보수비용 저리 융자 등) 전반에 걸쳐 등록 혜택을 늘려야 한다. 아울러 임대소득 과세는 임대인들의 요구처럼 유지 및 보수비용 등을 제하고 매기는 게 보완책으로 거론된다.

실제 프랑스는 투자자금 일부를 감가상각 명목으로 임대소득에서 공제하고 있고, 일본은 일정금액까지 증여세 비과세를 시행하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팀장은 “임대인들이 대부분 고령자인 걸 감안해 상속세 증여세 감면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라며 “과세를 앞세우기보다 파격적인 혜택으로 우선 임대사업자를 양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고찬유기자 jutdae@hk.co.kr

박나연 인턴기자(경희대 호텔관광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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