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역, 한국감정원선 8.8%… 서울시 발표보다 1.6%p 높아
서울 종로구의 한 아파트에 전세로 살고 있는 김모씨는 지난 달 재계약을 하면서 보증부월세(반전세)로 변경을 했다. 그런데 보증금과 월세를 산정하는 과정에서 집주인과 마찰을 겪어야 했다.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9월 기준 종로구의 전월세 전환율은 6.3%. 김씨는 이 수준에서 가격을 맞춰보려 했지만, 집주인은 최소 8%는 받아야 한다고 주장을 했다. 이 같은 주장의 근거는 서울시의 통계였다. 서울시가 발표한 3분기 기준 종로구의 전월세 전환율은 8.5% 였다. 김씨는 결국 집주인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김씨는 “종로구 평균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하니 거부할 명분이 없었다”며 “자치구 안에서도 이렇게 통계가 제각각인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전월세 전환율은 전세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하는 연 이자율을 뜻한다. 월세를 전세와 월세의 보증금 차이로 나눠 100을 곱하면 월별 이율이 나오고 이를 12개월로 계산해 산정한다. 예를 들어 보증금 1억5,000만원짜리 전세를 보증금 8,000만원, 월세 50만원인 보증부 월세로 전환하면 월 이율은 0.714%([50만원/1억5,000만원-8,000만원]x100)가 된다. 전월세 전환율은 여기에 12를 곱한 8.57%다.
전월세 전환율이 중요한 이유는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적정 가격을 책정하는 유일한 기준이기 때문이다. 세입자 입장에선 집주인이 터무니 없이 월세를 높게 부르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보호장치인 셈이다.
실제로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전월세 전환율 상한을 기준금리의 4배수 또는 10% 중 낮은 값으로 정하고 있다. 지난달 인하된 기준금리(2%)를 적용하면 전월세 전환율 8% 내에서 계약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현실에선 이 같은 기준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지난 7~9월 서울지역 주택의 전월세 전환율은 8.8%다. 당시 기준금리(2.25%)를 감안한 전월세 전환율의 상한선은 9%. 하지만 평균치가 8.8%에 이르렀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수 계약이 법정 상한선을 넘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더욱이 발표 기관마다 통계가 다른 점도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같은 기간 서울시가 발표한 전월세 전환율은 7.2%로 감정원과의 격차가 상당하다. 세입자 입장에선 서울시 기준을 적용하면 월세 부담이 다소 줄어들 수 있지만 집주인이 감정원의 전월세 전환율을 들이밀며 월세를 높게 부르면 딱히 대응할 방법이 없는 게 현실이다.
두 기관의 통계차가 큰 이유는 산정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전국에서 표준주택을 뽑아 매달 이들의 전월세 시세변화를 고려해 산정하는 한국감정원과 달리 서울시는 각 자치구에 신고된 계약(전세→월세)자료를 파악해 분기별로 집계한 뒤 발표한다. 김규정 우리투자증권 부동산팀장은 “기관별 전월세 전환율 차이로 인한 세입자 피해 역시 집주인의 선의를 기대할 수 밖에 없는 만큼, 정확성을 높일 보완대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월세 상한율의 상한을 낮추고 처벌 규정을 강화하는 등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서순탁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토지주택위원회 위원장은 “월세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주거비 부담이 높아지고 있는 점을 고려해 전월세 전환율을 낮추고 강제 조항을 두는 식의 전월세 상한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김현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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