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 인건비 등 25곳 평균 2억 훌쩍, 교육법 위반 논란… 설립취지도 왜곡
지정취소 여부를 놓고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자율형사립고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자사고는 학비를 일반고의 세 배까지 받아 교육과정을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대신, 교직원의 인건비와 학교ㆍ교육과정 운영비 명목으로 국가나 지자체의 지원을 받지 않도록 했지만 이런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4일 한국일보가 서울시의회로부터 입수한 ‘2012~2014년 자사고 재정지원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지역 자사고 25개교는 2012년부터 올해 5월까지 각 구청으로부터 총 68억7,083만원을 지원받았다. 학교당 평균 2억7,483만원의 보조금을 받은 셈이다.
양정고가 양천구로부터 자사고 가운데 가장 많은 7억3,041만원의 보조를 받았고, 장훈고(6억8,390만원ㆍ영등포구), 경희고(6억4,070만원ㆍ동대문구), 대광고(5억1,960만원ㆍ동대문구) 등도 5억원 이상의 지원을 받았다. 지원금은 방과후학교ㆍ논술교실 운영비와 강사 인건비, 영재반 여름캠프 체험활동 진행비, 과학기자재 구입비 등으로 다양하게 쓰였다.
장훈고의 경우 영등포구청이 지난해 7월 ‘대학진학 우수고 인센티브’로 지원한 1,990만원 중 587만원을 일본ㆍ유럽 해외문화체험비로 썼다. 같은 해 4월 ‘학력신장특화 프로그램’ 지원 명목으로 준 4,988만원 가운데 3,694만원은 주말ㆍ공휴일 자율학습 지도비로 사용했다. 경희고는 올해 3월 동대문구가 ‘학력신장교육경비’로 지원한 3,688만원을 영재학급 강사비와 논술반 지원금으로 썼다. 지난해 3월에도 같은 목적의 교육경비 9,304만원을 지원 받았는데, 모두 방과후 자율학습 지도비, 수학과학 영재학급 강사비, 도서구입비 등으로 지출했다.
교육당국은 그동안 “자사고에 들어가는 보조금을 줄여 일반고에 더 많은 지원을 할 수 있다”고 홍보했으나 실제로는 일반고에 못지 않은 재정을 자사고에 지원한 것이다. 동대문구 교육지원과 관계자는 “자사고를 포함한 관내 모든 학교에 학력신장과 시설보수 명목으로 보조한 것”이라면서도 “강사비는 교직원 인건비가 아니고, 방과후학교ㆍ영재반도 정규 학교교육과정에 포함되지 않아 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탁경국 변호사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명시된 인건비와 학교ㆍ교육과정운영비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볼지는 논란이 있다. 그렇다고 해도 자사고의 설립취지가 재정자립인데, 도의적으로 맞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앞서 올해 4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서울 자사고 25곳이 2012~2013년 교육부ㆍ교육청에서 104억원을 지원받았다고 지적했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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